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이 2017년 5월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씨제이그룹의 연구개발센터 ‘씨제이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기념식수를 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입장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씨제이(CJ)그룹이 총수 일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의 정보기술(IT)부문의 사업가치를 부풀려 합병·분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세들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고평가했다는 게 뼈대다.
경제개혁연대는 27일 ㈜씨제이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주식교환 문제에 대해 질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29일 씨제이그룹은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 부문과 아이티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고, 아이티 부문을 ㈜씨제이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씨제이 자사주와 아이티 부문 주식교환 비율은 1:0.5444487로 결정됐다. 아이티 부문의 전신인 씨제이시스템즈를 씨제이올리브영과 합병한 시점은 불과 2014년 9월이었다. 그 결과 이전에는 지주사 장악력 없이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만 갖고 있던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 아들 이선호 씨제이제일제당 부장은 ㈜씨제이 지분을 2.8% 확보하게 됐다. 4년여만에 숨가쁘게 진행된 ‘합병-분할’이 승계의 ‘밑작업’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의 아들 선호 씨. 씨제이그룹 제공
경제개혁연대는 2014년 합병 과정에서 아이티 부문 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 2014년 합병 당시 주당 22만8260원으로 평가됐던 아이티 부문 본질가치(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가중평균)는 이번 분할에서 66만1230원으로 매겨졌다. 이 가운데 수익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근거가 됐던 아이티 부문 영업이익은 2016년 389억1800만원(연결 기준, 예상치의 89.3%), 2017년 398억5700만원(86.9%), 2018년 431억5000만(85.3%)으로 합병 당시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올리브영 영업이익이 2016년 506억6400만원(214.7%), 2017년 688억2600만원(249.3%), 2018년 757억6100만원(249.0%)으로 예상치를 훨씬 상회한 것과 대조된다. 아이티 부문은 올리브영 내부거래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280억6400만원(2016년)→167억2900만원(2017년)→68억600만원(2018년)으로 쪼그라들었다.
합병 직전 지분구조를 보면, 아이티 부문 실적을 고평가한 배경이 설명된다. 당시 이 회장 일가는 아이티 부문 지분을 31.88%(㈜씨제이 66.32%) 보유한 반면, 올리브영 지분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해 12월 합병기일을 하루 앞두고 이 회장은 이 가운데 15.91%를 아들 선호씨에게 넘겼다. 아이티 부문 실적 예상을 부풀려 합병비율이 증여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정해졌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예측치는 당시 주어진 상황에서의 전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므로 실제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과도한 차이는 문제가 있다”며 “(지분구조를 보면) 합병비율은 시스템즈에게 유리하게 결정되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씨제이에 아이티 부문 예측치와 실적치 간 차이의 원인과 2019년 이후 아이티 부문 영업이익 급증 전망의 근거를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2014년 합병의 근거로 제시된 ‘유통과 정보기술 통합의 시너지’가 4년 만에 사라졌다고 판단된 이유도 함께 물었다. 이에 대해 씨제이그룹 쪽은 “아이티 부문이 올리브영으로부터 얻은 수익을 합치면 아이티 부문의 수익가치가 늘어난다”며 “질의서를 검토한 뒤 적극 해명하겠다”고 했다.
한편 승계 밑작업을 위한 무리한 합병·분할 과정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례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0.35 비율로 합병됐는데, 이 부회장이 23.2% 지분을 가진 제일모직 가치가 부풀려진 정황이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가 조작된 의혹을 수사 중이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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