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물적분할’ 문제를 놓고 울산 지역을 넘어 전체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29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오는 31일 회사 분할 안건을 처리할 임시주주총회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사흘째 점거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물적분할에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분리되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에, 부채는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이 떠안게 돼 구조조정과 고용 불안, 노조 활동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사쪽은 고용안정과 단체협약 승계 등을 약속했지만 노조는 사실상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기업 분할 안건 처리 계획을 고수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발로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사쪽은 “임시주총장을 불법 점거한 상태이기 때문에 퇴거를 요청했고 주총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물적분할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를 불균형하게 분할하고, 중간지주회사의 착취 구조 아래 자회사들이 놓이는 경우다. 신설 사업회사가 될 현대중공업이 자산 13조원과 부채 7조원을 승계하게 되는데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만 이익을 몰아줘 총수 일가의 경영승계에도 유리해진다는 주장이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은 조합원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법인 분할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은 경영부실에 따른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쪽은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물적분할은 산업은행과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며 “자산과 부채는 상법과 세법의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이 승계하는 부채는 선박 제작과 금융 등 목적으로 조달한 차입금 2조2천억원, 자재 구입비 등 외상 매입금 1조5천억원, 선수금 등 공사계약 관련 부채 1조8천억원, 충당부채 1조3천원 등으로 모두 선박 건조와 연관된 것”이라며 “선수금은 선박 수주 시 받는 일종의 계약금이며 충당부채 역시 혹시 모를 부실에 대비해 쌓아둔 것으로, 공정이 문제없이 진행되면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금액”이라는 설명했다. 노조는 물적분할로 인해 현행 단체협약 등이 유지되지 않을 공산이 크고 임금·복리후생, 고용안정 등에서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는 최근 담화문을 내어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기존 근로조건이 신설 현대중공업에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다. 분할 이후에도 중간지주사는 현대중공업에 배정된 부채에 대해 연대해 변제 책임을 진다”고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은 점차 노동계와 경영계 간 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차 노조 등이 일제히 현대중공업 노조와 연대투쟁을 천명했고,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서를 내어 “민주노총은 도를 넘는 불법 파업을 실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이날 법인 분할에 따른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울산에 존치할 것을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했다. 홍대선 기자, 울산/신동명 기자 hongds@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