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성 평등, 지역사회와 협력 등 사회적 책임 관련 활동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 상고심 판단을 남겨둔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최근 1~2년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온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이 28일 발간한 ‘2019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보고서’에는 여성과 아동, 환경, 상생 등을 주제로 한 롯데 15개 계열사의 활동 내용이 담겼다. 롯데는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정기총회에서 빈곤·기아 해소, 양질의 교육, 양성평등, 양질의 일자리 등 유엔이 내세운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지지하는 내용의 서약을 지난 3월 국내 그룹사 가운데 처음으로 맺었다. 이번 보고서는 그간의 이행 성과를 갈무리했다.
롯데는 먼저 여성의 일과 삶 양립과 아동 복지에 힘썼다고 자평했다. 우울증을 겪는 여성을 위한 롯데백화점의 상담서비스(리조이스 캠페인, 2018년), 소외계층 산모에 대한 출산·육아용품 지원(맘편한 예비맘 프로젝트, 2015년), 아동 놀이 공간 마련(맘편한 놀이터, 2017년) 등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또 롯데케미칼 등의 친환경 설계·자재·기술 등을 통해 폐기물 감축에 일조했고, 유통·면세·식품 등 16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는 베트남 등 글로벌 사업 현장에서 스타트업 발굴과 교육 서비스 제공 등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경영권 분쟁 및 국정농단 국면이 본격화된 2016년께부터 줄곧 ‘사회적 가치 실현’ 메시지를 내세워왔다. 2016년말 남성 육아 휴직을 의무화했고, 스타트업 투자와 지원에도 힘줬다.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 70억원을 준 혐의로 지난해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8개월간 수감 생활을 경험한 뒤 이런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졌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변과 항상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존경 받는 기업이 되자”고 했고, 지난달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는 “고객, 임직원, 협력업체, 사회공동체로부터 우리가 ‘좋은 일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을 산 만큼, 국민적 여론을 고려해 ‘상생’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상고심 판단을 하루 앞둔 날 발표됐다. 신 회장 사건은 현재 대법원 소부에 배당돼 있고 이번 선고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롯데는 삼성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뇌물 사건 결과를 보고 롯데 뇌물 상고심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가 무죄 취지로 정리되면 신 회장 뇌물 혐의도 뒤집기를 노려볼 수 있지만, 이럴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원심 법리 판단 유지가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1·2심에서 뇌물 혐의는 모두 유죄가 인정되고 양형만 달라진 터라, 상고심 뼈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양형 부당만을 이유로 파기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대법원이 뇌물 사건과 함께 심리 중인 경영 비리 사건에서 횡령 등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되면 양형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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