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수출경기지수 94.9
미중·한일 분쟁에 중·베트남 경기둔화
반도체 수출경기지수 88.2로 급락
자동차·화장품은 호조·회복 전망
미중·한일 분쟁에 중·베트남 경기둔화
반도체 수출경기지수 88.2로 급락
자동차·화장품은 호조·회복 전망
기업들은 올초 시작된 수출 하락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석유제품·철강 등 핵심 수출품 단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데다, 중국·베트남 등 주요 수출국 성장세가 둔화한 탓이다. 기업들은 각국의 수입규제나 미-중 무역분쟁 등 나빠진 대외여건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보고 있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해 50만달러 이상을 수출한 기업 975곳에 4분기 수출상담·계약·채산성 등 수출여건과 관련된 10개 항목을 물어 수출산업 경기 전망 지수를 산출한 보고서를 24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보면 4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 지수는 94.9다. 지수가 90∼110이면, ‘매우 호조’부터 ‘매우 부진’까지 5단계 중 ‘보합’을 뜻한다. 수출경기가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셈이다. 해당 지수는 올 1분기부터 4번 연속 100(전 분기와 다음 분기가 같음) 이하였다.
10개 항목별로 보면, 기업들은 반덤핑제소나 세이프가드 등의 수입규제·통상마찰(지수 69.2), 국제수급(83.0), 수출국 경기(89.1), 자금 사정(94.3), 수출채산성(94.7), 수출 단가(94.7), 수출상품 제조원가(96.8) 등의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봤다. 한편, 설비가동률(101.9), 수출 계약(102.2), 수출 상담(105.8) 등은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도 증가세인 수출 ‘물량’은 4분기엔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 기계류,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 수출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만 수출경기전망지수를 산출하면 88.2에 그친다.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란 연초 기대와 달리, 단가 하락과 세계 정보통신기술(IT)의 재고 조정이 지금껏 이어지는 탓이다.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지수에 영향을 줬다.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73.3), 기계류(78.7) 등은 주로 수입해가는 중국·베트남 등의 경기 둔화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83.5)은 글로벌 생산 능력은 커졌지만 수요 정체로 단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지수가 50∼90이면 5단계 중 ‘부진’을 뜻한다.
한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생활용품은 수출 호조가 예상된다. 기업들은 단가가 높은 편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친환경차 수요가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증가하고, 화장품을 중심으로 중국의 생활용품 수요가 회복되는 점을 경기 개선 기대 이유로 꼽았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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