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약해지된 점주 제기 가처분 인용
국내 2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비에이치씨(BHC)가 일부 가맹 사업자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조처에 대해 정당하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계약 해지가 가맹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혐의를 두고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15일 비에이치씨의 가맹 계약 해지가 부당하다며 낸 가맹점주들의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앞서 비에이치씨는 지난 8월 말 가맹점주 3명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탓에 회사의 신뢰와 명성을 뚜렷이 훼손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곧이어 물류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계약이 해지된 가맹점주 3명은 법원에 부당한 해지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소송을 내는 한편, 해당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약을 유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결정문을 보면, 재판부는 우선 비에이치씨 쪽이 계약 해지 사유로 든 가맹점주의 허위사실 유포라는 주장에 의문을 드러냈다. 가맹점주들이 언론사 등에 제보한 내용 등이 세부적인 부분에선 진실과 다르거나 다소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제보의 근거자료가 존재하는데다 현 단계에선 명백히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앞서 가맹점주들은 비에이치씨가 가맹점주로부터 받은 광고비를 횡령하고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런 의혹이 진실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해당 의혹제기로 비에이치씨의 평판이 ‘뚜렷하게’ 나빠졌다고 볼 근거도 불충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가맹사업법상 사업자가 가맹점과의 계약을 곧바로 해지하기 위해선 가맹점의 부당 행위로 평판이 뚜렷이 나빠진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비에치씨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직 결정문을 송부받지 못했다”며 “결정문을 받은 뒤 이른 시일 내에 물량을 가맹점주에게 공급하는 등 법원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은 공정위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 두 차례 현장 조사가 있었다. 이순미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계약 부당 해지 혐의 외에도 계약이 해지된 가맹점주가 단체 활동을 한 데 대한 불이익을 준 혐의도 있어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사업법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맹점주들의 사업자단체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계약 해지된 3명의 점주들은 모두 ‘전국비에이치씨가맹점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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