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적립한 항공사 마일리지를 쓰지 않았다면 내년 1월1일 소멸된다. 40일밖에 안 남았다. 소멸 시기가 다가오면서 항공 마일리지 사용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내년께 ‘현금+마일리지’ 결제방식인 복합결제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사의 자체 시정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항공마일리지 관련 문제제기는 지속돼 왔다.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려워서다. 특히 보너스 좌석을 사려면 마일리지만 써야 한다는 결제방식 탓에 소량 마일리지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는데다, 보너스 좌석 자체가 많지 않아 유효기간 안에 소진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는 것이 소비자단체 등의 지적이다. 항공사들은 영화관·할인마트 등으로 마일리지 사용처를 확대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조지윤 소비자법률센터 실행위원(변호사)은 “국내 소비자의 마일리지 사용의 약 95%가 항공권 구매 및 좌석승급에 집중돼있고, 비항공 부문에 사용되는 마일리지는 5%에 불과하다”며 “마일리지 사용처가 다양하지 않고, 마일리지 차감률이 과다하게 책정되는 등 사용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못 박아둔 것도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올해 1월 마일리지가 소멸한 7명을 원고로 서울남부지법에 소멸 마일리지 지급청구 소송을 내면서 “마일리지 소멸은 소비자 재산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마일리지를 둘러싼 항공사와 소비자의 시각차는 크다. 항공사업자 입장에서 마일리지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우대 정책인 동시에 회사의 부채다. 항공사는 항공권을 판매할 때 마일리지 적립 비율만큼 재무제표에 부채로 기록한다. 회사가 현금으로 갚아야 할 빚은 아니지만, 마일리지 유효기간 동안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는 부담이 있다. 대한항공은 올 9월 기준으로 마일리지에 따른 부채가 2조3111억원이고 아시아나항공은 7238억원이다. 반면 소비자는 마일리지를 사용·처분이 보장되는 재산권으로 본다. 조지윤 변호사는 “항공사는 마일리지가 보너스에 해당한다고 봐 재산권적 성격을 부정하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는 마일리지를 특정 항공사를 이용한 대가로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재산권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탑승 수속 카운터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소비자단체 등은 마일리지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복합결제 도입 △마일리지 양도·판매 허용 △유효기간 적용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델타항공 등 일부 외항사에서는 현금과 마일리지를 함께 사용해 좌석을 구매할 수 있고, 제주항공도 항공권 구매시 모자란 마일리지(리프레시 포인트)를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어 사실상 복합결제를 도입했다. 아메리칸항공·유나이티드항공 등의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2~18개월로 국내 항공사에 비해 짧지만, 마일리지를 일부라도 사용하는 순간 유효기간이 다시 시작돼 실질적 사용을 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마일리지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고, 항공사들은 주로 복합결제 허용 계획을 거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께 복합결제를 시범 도입하겠다고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완료 뒤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항공사 복합결제 시범 도입은 큰 진전이라 본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표준약관 제정을 통한 해결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어 최후의 방법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민정 김경락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