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발주 입찰에 참여하면서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입을 맞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4곳이 총 12억여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올해 들어서만 9차례 정보통신 분야 짬짜미(담합)를 적발한 정부 당국은, 이들 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조달청이 진행한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제공사업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낙찰 예정 업체와 들러리 업체 등을 미리 짠 엘지유플러스(LGU+)와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 미디어로그, 스탠다드네트웍스 4곳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2억5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2014년 11월과 2017년 12월 두 차례 진행된 입찰에서 엘지유플러스가 낙찰받기 위해 경쟁사인 에스케이브로드밴드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엘지유플러스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쪽에 별도의 대가를 주기로 약속했다. 또 공공입찰의 경우 입찰 참여자가 한 곳일 경우엔 유찰되는 점을 염두에 두고 들러리를 세우는 치밀함도 보였다. 2014년 입찰에선 엘지유플러스의 자회사인 미디어로그가, 2017년에는 스탠다드네트웍스가 그 구실을 했다.
정보통신 분야 입찰 과정에서 이런 유형의 짬짜미는 자주 일어난다. 대형 사업자가 많지 않은데다 소수의 대형 사업자와 납품업체들이 컨소시엄을 맺어 입찰에 참여하는 등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탓이다. 정상 경쟁을 할 경우엔 입찰가가 예정가격보다 크게 낮아지는 등 수익성이 나빠지기 때문에 짬짜미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이다. 공정위가 올해들어 정보통신 분야 짬짜미로 이미 과징금을 부과한 건수만 8건에 이르는 이유다. 공정위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빈발하는 입찰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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