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에서 조문객이 조문하고 있다.수원/연합뉴스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분이었는데….”
9일 밤 향년 83살로 숨진 고 김우중 회장의 기억을 좇으며, 이경훈 전 ㈜대우 회장은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고인보다 한 살 많은 이 전 회장은 묵은 인연을 차분히 설명하다가도 ‘세계경영’의 현재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세계경영은 다른 분들은 가질 수 없는 안목으로 시작한 거였지. 김우중 회장 말씀대로 온통 바닥에 금이 깔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김 회장은 그걸 달성한 분이셨지.”
10일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 마련된 고 김 회장의 빈소에는 조문 온 정·재계 인사들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소박한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생전 당부는 지켜지기 어려웠다. 고인과 함께 호흡했던 ‘대우맨’들의 소회가 남달랐다. 대우전자 회장에 이어 김대중 정부 때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씨는 고인과 고 박정희 대통령과의 일화를 꺼냈다. “박정희 대통령이 김우중 회장을 아주 귀여워했다. 참 많이 베풀었다.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가면 그냥 꿔주도록 했다. 대통령이 ‘이 사람(김우중)은 돈을 갚을 수 있어’라며 (대출하도록) 했다.”
대우 출신 심준형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도 빈소를 지켰다. 심씨는 “주인은 바뀌었지만 회사는 없어지지 않았다. 경쟁력이 없다면 없어졌을 텐데…. 요즘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기업이 많다. 곤란하다. 기업인은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 출신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김 회장은) 나한테 일할 기회를 준 사람이고, 내 평생 보스”라며 “무척 부지런한 양반이다. 새벽에도 현장 나오시고 눈이 와도 현장 나오고…”라고 회고했다. 대우자동차 출신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다녀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등 경영인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국외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문하지 못했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을 내어, “김우중 회장의 창조적 도전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김윤주 송경화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