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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락희화학서 금성TV까지…글로벌 LG 틀 닦은 ‘인화 경영’

등록 2019-12-15 21:42수정 2019-12-16 02:31

창업주 구인회 장남으로 교직 생활
25살때 락희화학 이사로 경영 첫발

1970년 그룹 2대 회장에 올라
“기업 가장 원척전 요소는 사람”
연구소 70개 세우고 인재 양성

장례는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14일 숙환으로 별세한 엘지(LG)그룹 2대 회장 구자경 엘지 명예회장은 인재 양성을 중히 여기며 엘지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925년 경남 진주에서 구인회 엘지 창업주 장남으로 태어났다.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로 재직했다. 구 명예회장은 25살이던 1950년 부친의 부름에 락희화학공업(현 엘지화학) 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기업인의 삶을 시작한다. 엘지그룹은 당시 구 명예회장이 가마솥에 직접 원료를 붓고 불을 지피며 화장품 럭키크림을 만들었고 하루 걸러 공장에서 숙직하며 새벽 5시 반에 몰려오는 도매상을 맞이했다고 소개했다. 현장형 경영 수업을 자처했다는 것이다.

1969년 구인회 창업회장이 별세하자 구 명예회장은 한 해 뒤인 1970년에 2대 회장에 올랐다. 취임 초 그는 연구개발에 집중했다고 한다. 1976년 민간기업으론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성사에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개발용 컴퓨터와 고주파 용해로 등 당시로선 첨단 장비를 갖췄다. 1995년 회장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신설한 연구소만 70개가 넘는다. 그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산화를 통해 산업 고도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집중은 인재 양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기업에서 가장 원천적이고 최종적 요소는 사람 그 자체”(1982년) 등 그가 남긴 말들은 현대 경영인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1988년 구 명예회장은 인재양성기관 엘지인화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은 엘지 사업의 큰 틀인 화학과 전자에서 성과로 나타났다. 1975년 구미에 금성사 티브이(TV) 공장이 설립됐고 이듬해앤 냉장고, 세탁기 등의 생산시설이 포함된 국내 최대 종합 전자기기 공장인 창원공장이 문을 열었다. 19인치 컬러 티브이와 슬림형 냉장고 등 숱한 제품들이 ‘국내 최초’ 타이틀을 달고 양산됐다. 컬러 티브이는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했다.

1970년대 울산과 전남 여천에 화학 공장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엘지는 글로벌 화학회사로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초 충북 청주에 생활용품 종합공장을 건설하고 부친이 1954년 철수했던 화장품 사업의 재진출을 결정했다. 지금의 엘지생활건강의 모태인 셈이다. 그는 1987~198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70살이 되던 1995년 구 명예회장은 회장 취임 25년만에 스스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재벌가에서 첫 ‘무고(탈없음)’ 승계였다. 그는 당시 “이제부터 젊은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지난해 숨진 장남 구본무 회장이 3대 회장을 맡게 됐다. 퇴임 뒤 구 명예회장은 엘지연암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사회공헌에 집중했다.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간소하게 치러졌다. 엘지그룹은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공지하며 ‘비공개’ 입장을 강조했다. 조의금과 조화는 받지 않는 가운데 외부에서 보낸 조화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보낸 것만 놓였다. 상주인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엘티(LT)그룹 회장, 동생 구자학 아워홈 회장, 손자인 구광모 엘지 회장 등 소수 직계들만 빈소를 지켰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정용진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으며, 허창수 지에스(GS) 명예회장, 허태수 지에스 회장 등 엘지가와 57년의 동업관계 뒤 계열분리된 지에스 일가 인사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장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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