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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조현아 “조원태, 가족과 협의 안 해” 공개 비판…‘남매의 난’터졌다

등록 2019-12-23 17:58수정 2019-12-24 02:30

“가족 협의 무성의” 공개비판하며
“한진그룹 다양한 주주들과 협의”
경영권 다툼 벌일 가능성 내비쳐

“상속인간 합의 없이 총수 지정돼”
대표이사 선임과정 갈등 재확인

조현아, 지난달 임원인사서 배제
측근도 모두 잘리자 불만 터진 듯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봉합된 듯했던 한진그룹 총수 일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가족과 사전 협의 없이 경영상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있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발전을 위해 다양한 주주들과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터라, 한진그룹이 총수 일가 간 경영권 싸움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과 다르게 가족과 협의하며 경영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고 조양호 회장은 생전에 가족 공동 경영이란 유지를 전했다. 임종 직전에도 삼 형제가 함께 잘 해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며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동생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왔지만, 조 대표이사는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월 조 회장이 뉴욕 특파원과 한 간담회에서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세 명(세 자녀)이 함께 합의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정면 부인한 것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한진그룹 제공

지난 4월8일 고 조양호 회장이 지병인 폐 질환으로 별세한 직후부터 총수 일가의 불협화음은 외부로 표출된 바 있다. 지난 5월 한진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총수) 지정을 놓고 내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가족 간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상속인들 간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위에서 (동생 조원태를) 동일인(총수·회장)으로 지정했다”며 회장 선임을 두고 갈등이 있었음을 재확인했다. 조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란 직위가 아닌 조 회장의 법적 직책인 ‘한진칼 대표이사’라고 썼다. 조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내비친 것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한진그룹의 임원 인사가 조 전 부사장이 공개 비판에 나선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재계에선 나온다. 지난해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컵 갑질’ 여파로 경영에서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은, 최근 밀수·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 재판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그룹 경영 복귀가 점쳐졌다. 그러나 이번 그룹 임원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명단에 오르지 못했고, 조 전 부사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대한항공 기내식 담당 임원이 모두 물러나면서 조원태 회장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 전 부사장의 측근들이 대한항공에서 모두 잘리자 조 전 부사장의 불만이 터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남매 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경쟁이 시작될 가능성도 커졌다. 내년 3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에는 조원태 회장의 이사 연임안이 상정될 예정인데, 조 전 부사장이 이날 “한진그룹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그룹 경영진과 다툼 중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 등과 조 전 부사장이 손잡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어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 이번 논란이 회사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조 전 부사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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