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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종합ICT로 커가는 성장성에…SKT, 시총이 실적 앞서 나간다

등록 2020-02-03 20:00수정 2020-02-04 02:06

[실적·시총 다른 흐름 뜯어보니]
모빌리티·AI 등 미래가치 투자에
수년째 실적 악화에도 주가 올라
실적·시총 비슷한 경쟁사와 차이

박정호 사장 “텔레콤 그릇 너무 작아,
올해 2개 자회사 상장시킬 수 있을 것”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오른쪽)이 지난 달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안내를 받아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차량 내부와 주변을 연결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콕핏 2020'을 체험해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오른쪽)이 지난 달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의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의 안내를 받아 5세대(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차량 내부와 주변을 연결해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콕핏 2020'을 체험해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통신업계 1위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실적 흐름과 시가총액 움직임이 서로 다르다. 상장 기업은 실적과 시총 움직임이 함께 가는 게 일반적인데, 이 회사는 다르다. 실적 개선세는 더딘 데 반해 시총 증가세는 가파르다. 이는 투자자들이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에 높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에스케이텔레콤은 수년간 연관 산업군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잠재적 기업가치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통신업계 2위 케이티(KT)와는 상황이 정반대다.

3일 한국거래소 등의 자료를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의 매출은 2015년 17조1천억원에서 매년 조금씩 줄어들어 2018년엔 16조9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조7천억원에서 2018년 1조2천억원으로 5천억원 정도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해 산출하는 시총은 17조4천억원에서 21조8천억원으로 4조원 남짓 불어났다. 실적과 시총이 비슷하게 움직인 경쟁사 케이티와 엘지(LG)유플러스와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실적과 시총이 엇갈린 흐름을 보인 이유에 대해 시장에선 에스케이텔레콤의 사업 전략에 주목한다. 경쟁사들이 단기 이익 극대화에 주력한 것과 달리 에스케이텔레콤은 본업인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에서 번 막대한 이익을 자회사 정비와 인수합병 등에 쓰며 성장 기반을 다져왔다는 것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스케이텔레콤은 경쟁사 대비 비통신 부문의 포트폴리오가 다채롭다. 앞으로 자회사 상장 추진 등으로 비통신 사업의 가치 부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에스케이텔레콤 김대웅 매니저는 “2010년까지만 해도 에스케이텔레콤은 유·무선 통신과 초고속인터넷·인터넷텔레비전 사업을 하는 ‘통신서비스 사업자’였으나, 지금은 유·무선 통신, 미디어(IPTV·OTT), 정보·물리 통합보안, 온라인유통(이커머스), 모빌리티(티맵), 인공지능(AI·누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사업자’로 거듭났다”며 “올해부터는 새로 짠 판에서 과실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좀 더 다채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그중 하나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경영론이다. 최 회장은 2000년대 들어 에스케이텔레콤 최고경영자를 새로 임명할 때마다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과 매출·영업이익 같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이동통신 사업에 안주하는 조직문화를 깨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런 주문이 가시적 성과로 한동안 나타나지 못했다. 국외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거나 미니홈피·도토리로 유명한 싸이월드와 음원서비스 ‘멜론’ 등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른바 에스케이텔레콤의 흑역사다.

반전은 정만원(2009~2010)·하성민(2011~2014)·장동현(2015~2016)·박정호(2017~) 등 최 회장 ‘측근’들이 최고경영자로 임명되면서 시작됐다. 허수 가입자를 털어내면서 2007년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 줄곧 ‘50+알파’로 유지되던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 점유율이 40%대 후반으로 떨어졌고, 때맞춰 기존 자회사 정비 및 인수합병 등을 통한 새 판 짜기 작업이 본격화했다. 반도체 회사 하이닉스 인수(2012년), 물리 보안업체 엔속(NSOK) 인수(2014년), 아이리버 인수한 뒤 드림어스컴퍼니로 개편해 음원서비스 ‘플로’ 출시 및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상장 폐지를 통한 100% 자회사로 전환 후 인터넷텔레비전(IPTV)과 오티티(OTT) 등 미디어 쪽으로 사업영역 확대(2015년) 등이 이어졌다.

최 회장 비서실장(2001~2004년) 출신으로 에스케이텔레콤 글로벌사업부문장을 맡아 하이닉스와 일본 도시바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한 박정호 사장이 2017년 취임하면서 에스케이텔레콤의 변신은 더욱 가속화했다. 2018년 물리 보안업체 에이디티(ADT)캡스를 인수해 엔속과 합병했고, 에스케이씨앤씨(SKC&C) 자회사로 있던 정보 보안업체 인포섹을 인수했다. 에스케이플래닛의 온라인쇼핑몰 11번가를 자회사로 독립시킨 것도 박 사장의 작품이었다. 지난해엔 디지털 광고회사 인크로스와 케이블방송사업자 티브로드를 사들였다.

이에 최근 박정호 사장은 연초부터 자신감이 가득한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를 둘러본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취임 초기 90%에 이르던 통신 매출 비중이 이제 60%대로 떨어졌다. 텔레콤이란 브랜드는 회사의 정체성을 담기에 그릇이 너무 작다” “잘하면 올해 2개 자회사를 상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신년사서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 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될 자회사 직원들에게는 에스케이텔레콤 직원들이 받는 것보다 나은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을 내정 받은 상태이다. 3월 정기주총 승인을 거쳐 새 임기를 시작한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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