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신고연도 기준·2017년 귀속 소득)에 수입금액(매출액) 기준 국내 상위 0.1% 소득이 전체 기업 소득의 절반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터라 그 이후 소득 분포 추이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수년째 지속돼온 상위 기업의 과도한 소득 집중 현상에 대한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으로의 소득 집중은 재벌대기업그룹이 경제 영역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9일 국세청이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4~2018년 법인 천분위(수입금액 기준) 현황’을 보면, 2018년에 소득 신고를 한 법인 중 수입금액 상위 0.1%에 해당하는 740곳의 소득금액은 200조345억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소득 신고한 전체 기업 74만215곳의 소득금액(384조670억원)의 52.1%에 해당한다. 700곳 남짓한 기업이 73만여곳에 이르는 나머지 기업들의 이익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이런 기업 간 소득 편중 현상은 분석 범위를 상위 1%로 넓혀보면 좀더 여실히 드러난다. 수입금액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71.2%이다.
이런 상위 기업의 소득 집중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신고 연도를 기준으로 2014년에 상위 0.1% 기업들의 소득비중이 전체 기업의 48.4%를 차지한 이후 49.7%(2015년)→49.5%(2016년)→48.5%(2017년) 등 해마다 50%선에 육박하는 수준을 유지했다. 국세청이 법인 천분위 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상위 0.1% 기업의 소득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건 2018년이 처음이다.
같은 맥락에서 수입금액 상위 기업들의 세부담 비중도 매우 크다. 상위 0.1%의 총부담세액은 36조2천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8%였다. 상위 1%가 낸 총부담세액과 그 비중은 각각 48조2천억원, 78.4%이다. 이는 상위 소수 기업들이 소득도 대부분 가져가고 법인세수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기업 간 불균형은 수출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그에 따른 부작용은 경제 영역을 넘어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과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공정 경쟁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중소기업들의 성장과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삼성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초거대기업이 정치나 행정 영역까지 힘을 발휘하면서 공정거래 당국의 감시를 무력화하거나 관련 입법을 방해하는 경우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업 간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더 적극적인 공정경쟁 촉진 정책과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기업 독식과 기업 양극화가 여전하다. 대기업 중심 경제 정책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극소수 기업의 독식 경제를 해소하기 위해 초과이익배분제 등의 도입도 기업양극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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