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1세대 한미약품그룹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0.
1940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앙대 약대를 나와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다. 6년 만에 약국을 접고 ‘임성기 제약’을 창업한 뒤, 같은 해 이름을 한미약품으로 바꾸고 48년간 회사를 이끌어왔다. 고인은 평소 “연구개발이 없는 제약회사는 죽은 기업이다. 연구개발은 내 목숨과 같다”고 할 정도로 신약개발에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한국형 연구개발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을 목표로 해마다 매출 20%가량을 신약개발 역량 강화에 투자했다. 최근 20여년간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투자액만 2조원에 이른다. 이런 의지를 기반으로 1987년 글로벌제약기업인 로슈에 국내기업으로는 처음 항생제 제조기술을 수출했고, 1997년과 2015년에도 초대형 글로벌기업을 상대로 계약을 맺는 등 기술수출에 큰 성과를 거뒀다.
2016년엔 한미사이언스 개인주식 1100억 원어치를 7개 계열사 임직원 2800명에게 무상으로 지급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당시 임 회장은 “한미약품이 적자와 직원들의 월급 동결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성취를 이룬 주역인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마음의 빚을 느낀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8년 주식재산이 1조8897억원으로 ‘재벌닷컴’이 뽑은 자수성가형 부호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른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종윤, 종훈씨, 딸 주현씨 등이 있다. 발인은 오는 6일이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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