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2월 카카오는 당시 부동산중개업 온라인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네이버부동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버에 확인매물을 제공하던 주요 부동산정보업체 8곳 가운데 7곳이 카카오부동산과도 매물정보 제휴 의사를 확인해 이를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뉴스, 쇼핑, 음악듣기, 웹툰보기 등 온라인플랫폼 시장 전반에서 거대공룡으로 성장한 네이버의 발톱은 날카로웠다.
네이버는 이같은 카카오와 정보업체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이어 매물정보 재계약 과정에서 ‘매물정보의 제 3자 제공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 이듬해에는 부동산정보업체가 확인매물 제공금지조항을 위반하면,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벌칙조항도 추가했다. 네이버의 ‘방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7년 카카오가 네이버부동산과 상대적으로 거래가 많지 않은 ‘부동산114’와 제휴를 추진하자, 네이버는 비슷한 방식으로 부동산114를 압박해 결국 카카오와 제휴거래를 무산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네이버가 제휴 거래를 맺고 있던 부동산정보업체들에게 부동산중개 온라인플랫폼 경쟁업체였던 카카오에 매물정보를 제공할수 없도록 계약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당시 네이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업자인 카카오의 시장진입을 막는 이른바 ‘멀티호밍 차단’ 행위로 봤다. 이후 카카오가 온라인 부동산중개거래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고, 결국 소비자들이 더 값싸고 다양한 부동산 거래를 할 선택권을 뺏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카카오부동산는 네이버로부터 ‘멀티호밍 차단’을 당한 뒤, 부동산 매물과 매출을 확보할 수 없게 되자 2018년부터 관련 서비스를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는 공정위가 관련 조사에 착수한 뒤인 2017년 11월 ‘제 3자 정보제공에 따른 계약해지’ 조항을 삭제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지난 4일 사전 브리핑에서 “부동산 매물은 다양한 경로로 노출이 많이 될수록 거래확률이 높아지는데도, 네이버가 요구3자 정보제공금지)에 따르지 않으면 거래가 끊기기 때문에 네이버의 지배력 때문에 어쩔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네이버가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을 남용해 자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실제 2015년 5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네이버부동산의 순방문자수는 2억8400만회, 페이비뷰는 136억9500만회로 전체 시장의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했다. 매물건수 기준으로는 네이버가 2890만건으로 전체 매물건수의 40%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같은날 입장문을 내어 “확인매물정보는 2009년 네이버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서비스로 특허도 2건 확보한 창의적인 서비스”라며 “카카오가 어떠한 비용과 노력도 들이지 않고 네이버의 확인매물시스템을 거친 양질의 매물 정보를 손쉽게 확보하려고 해서 제3자 제공금지 조항을 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가 네이버의 합리적 대안 제시와 혁신적 노력을 외면한 채 네이버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부동산 정보 서비스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전담처리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시킨 정보통신분야(ICT) 조사 전담팀이 최종 결과를 내놓은 첫 사건이다. 공정위는 네이버부동산에 이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해 네이버가 쇼핑과 동영상서비스에서도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는 혐의에 대한 결과를 이달 중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석재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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