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직원 605명에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지난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뒤, 재매각을 시도하기에 앞서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7일 오후 이스타항공은 직원 605명에게 전자우편으로 해고 사실을 통보했다. 전체 직원 130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달 말 98명이 희망퇴직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절반 이상이 회사를 떠나는 셈이다. 해고 대상은 정비직을 제외한 일반직과 운항(조종사), 객실(승무원), 운항관리직이 모두 포함됐다. 이스타항공 쪽은 “보유 항공기 6대를 운항하는 데 필요한 인력만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 인력은 현재 항공기 대수를 기준으로 봐도,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고 예정일은 10월14일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5개월 넘게 운항이 중단된 상황에서 더는 한달도 버티기 어렵다”며 “국제선 운항 시점이 되면 희망퇴직자와 해고대상자부터 재고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고된 직원들은 실업급여와 함께 정부에서 밀린 임금을 일부 보존해주는 체당금을 받게 된다.
노동조합은 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 무효 구제 신청을 할 계획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실소유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소속 여당과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해왔다”며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매각 주관사(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는 조만간 예비 투자자에게 투자 의향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달 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거쳐, 인수자의 희망에 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선 운항도 흔들리는 상황에서 적절한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견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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