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가족들만 불러서 50인 규모 결혼식을 올리면, 예식장에 물어내냐 하는 식대가 160인분, 금액으로 768만원입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 예비신부 ㄱ 씨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결혼식을 나흘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강화돼 50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뒤였다. ㄱ 씨는 “정부 정책으로 50인 미만 집합금지가 강제됐는데도 예식장에서는 보증 인원 210명 미만으로 절대 조정불가하다고 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결혼날짜를 미뤘지만 미룬 날짜에 또다시 청천벽력같은 상황이 닥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없어 밤잠을 이룰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차단 대책 영향으로 예식장을 취소할 경우, 예비부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식업 분야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가 예식장의 시설폐쇄·운영중단 명령 등으로 예식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 소비자들은 위약금 없이 계약해제할 수 있다.
일정 인원 이상의 집합을 강제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이나, 정부의 방역수칙 준수 권고를 따르기 위해 예식을 미루거나 최소 보증 인원을 조정할 경우 당사자간 합의에 따라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계약 변경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을 해제할 경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준하는 사례의 경우 위약금의 40%, 1단계에 준하는 경우 20%를 감경하도록 정했다.
이번 예식업체 위약금 분쟁해결기준 대상에 적용되는 감염병은 코로나19를 포함해 중증급성호흡기질환(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 집단발생 우려와 함께 치명률과 집단 발생 우려가 커서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1급 감염병’으로 한정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감염병 상황과 별도로 예비부부들에 불리했던 분쟁해결 기준을 일부 손봤다. 우선 예식계약을 맺은 뒤 15일 안에는 위약금 없이 언제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소비자 청약철회권’을 새로 넣었다. 낯선 결혼식을 치르면서 성급하게 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다시 계약 내용을 살펴보고 문제가 없을지 일종의 ‘숙려기간’을 준다는 것이다. 배상비율은 소비자 책임 때 10~35%, 사업자 책임 때 예식비용을 배상하도록 했다. 소비자 잘못으로 위약금을 내더라도, 예식업체가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총금액에서 위약금을 별도로 산정해 이중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위약금 산정 때도 명확한 규정이 없었던 ‘총비용’ 개념을 ‘예식비용’(예식장 대관료, 신부 드레스, 화장, 촬영을 포함)과 ‘연회비용’(연회음식, 음주류 등)으로 분명히 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이 지난 몇 달간 사업자·소비자단체를 비롯해 한국소비자원,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등과 협의를 거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마감일인 오는 19일까지 사업자와 소비자,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위원회 의결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대규모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예비부부와 사업자간 위약금 분쟁해결의 기준을 통해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신설과 위약금 산정방식 개선으로 소비자 권리가 한층 강화되고, 적절한 피해구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예식업종에 이어 여행·항공·숙박·외식 분야에서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발생에 따른 위약금 분쟁 해결기준을 신속하게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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