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초기 감염진단 시장을 주도하다가 한때 수출이 급락했던 ‘케이(K) 진단키트’ 업체들이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이 한꺼번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비한 동시 진단키트 시장에서도 한발 앞선 상태다.
16일 관세청의 진단키트 수출현황을 보면, 지난 7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의 진단키트 수출액은 1억2322만달러(1449억원)로 전달 대비 15.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이후 석달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지만, 6월(-19.5%)과 견줘 감소폭을 줄이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8월에도 20일 현재 1억630만달러(1251억원)어치 진단키트를 국외에 팔아 넉달만에 수출액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진다. 올 연말까지 누적 수출액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 지난 2월 60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4월엔 2억1473만달러(2525억원)까지 치솟았다. 화학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체외진단 기기시장은 스위스 로슈, 독일 지멘스, 미국 애보트 등 다국적 제약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했고 국내 기업의 점유율은 1% 정도였지만,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본격화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 국외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수그러든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진단키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근 들어 회복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와 함께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에서 코로나 감염이 다시 확대된 영향이 크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보고서에서 “진단키트에 대한 거품이 빠지고 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면서 7월 진단키트 수출금액이 저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7~8월 남미와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면서 8월부터 확실한 턴어라운드(전환)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간절기 독감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한번에 확인하는 동시진단기기 등으로 ‘케이진단키트 옥석가리기’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브리핑에서 “독감이 유행하는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시약을 신속한 허가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키트를 개발한 분자진단개발업체 ‘씨젠’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럽 쪽에서는 이미 판매허가를 받아둔 상태로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판매·수출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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