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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공정경제3법 막기에 총력 기울이는 재계…쟁점 따져보니

등록 2020-09-17 18:31수정 2020-09-18 07:19

감사위원 뽑을때 ‘지배주주 의결권 3%’…거수기 이사회 견제
재벌 일감 몰아주기 대상 범위 확대…‘사적 이익 편취’ 차단
복합금융그룹 위험 관리…계열사간 위험 전이 막는게 목적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의 제·개정 작업과 관련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 개정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21대 국회 처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야의 공감대가 차츰 넓어질수록 재계와 보수 언론의 반대 목소리는 외려 거세지고 있다. 전경련·중기중앙회·경총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 16일 ‘경제계 공동 성명’을 내어 “상법과 공정거래법 통과 시 기업의 경영권 위협이 증대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불필요한 지분 매입에 소진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에게 ‘공정경제 3법’은 ‘기업규제 3법’일 뿐이다. 공정경제 3법의 핵심 쟁점 5가지를 따져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①‘3%룰’은 경영권을 위협할까?

공정경제 3법의 맏형 격인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1명의 분리선출’이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선임된 이사 중 감사위원을 고르는 게 현재 방식인데, 개정안은 감사위원 중 1명은 별도 선임 절차를 밟도록 했다. 재계가 특히 문제 삼는 대목은 ‘3% 규정’. 개정안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율이 3%를 넘더라도 의결권은 3%까지만 행사하도록 했다. 소수 주주 등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의 감사위원 선출권이 강화되는 셈이다. 재계는 이 조항이 “1원1표라는 주식회사 기본 원칙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배경부터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지속적으로 불거진 문제 중 하나가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이었다. 주주의 이해에 반하는 총수 일가의 불법·탈법 행위를 이사회가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하지 않았나”라며 “독립성을 확보한 감사위원 1명이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것도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사위원 1명은 감시·견제 목적의 자료 제출 요구 등을 할 수 있으나 이사회 다수 의견을 뒤집는 데는 한계가 있다.

②모회사 주주의 대표소송, 소송 남발 불러올까?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상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끼쳐 모회사에까지 피해를 줄 때,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는 특정 회사의 주주가 해당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주주대표소송’만 가능하다. 재계는 이 제도가 소송 남발로 이어져 경영의 애로를 키운다고 주장한다.

이런 우려는 다음과 같은 반론에 부딪힌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소송은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회사가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순기능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제도 아닌가”라고 묻는다. 소수 주주보다 총수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그릇된 경영을 막는 안전장치로서 다중대표소송제가 기능할 것이라는 견해다.

현 주주대표소송이 1962년 도입된 이후 사실상 소송 사례가 드물다는 것도 ‘소송 남발’ 우려가 과장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개혁연구소가 1997~2017년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된 현황을 따져보니, 21년간 판결이 내려진 소송은 137건에 그쳤다. 심지어 간접 손해를 입은 모회사의 소수 주주가 소송에 공세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볼 실증적 근거는 취약한 셈이다.

③지배력 확장 억제 비용 늘면 투자·고용 줄까?

상법과 함께 국회 문을 두드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법안 내용이 거의 그대로 담겼다. 재계의 반발 이유도 2년 전과 다르지 않다.

개정안에는 지주회사의 의무 보유 지분율을 끌어올린 내용이 담겨 있다. 예컨대 엘지(LG)그룹의 지주회사인 ㈜엘지가 특정 상장 기업의 지분을 사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현재는 20%(비상장사는 40%) 지분만 확보하면 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보다 10%포인트 더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무분별한 재벌그룹의 지배력 확장을 막고자 부담해야 할 비용을 높인 셈이다.

재계는 이 비용을 문제 삼는다. 전경련은 지난달 31일 국회 건의문에서 “개정안대로 지난해 기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비지주회사 16곳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고 가정하면, 법 개정(10%포인트 상향)에 따른 추가 지분 확보 비용으로 30조1천억원이 든다”며 “이 비용에 고용유발계수(10억원당 약 7.89명)를 적용하면 23만8천명분의 일자리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배구조 유지에 들어갈 돈을 고용이나 투자에 쓴다는 재계의 논리는 일방적 주장에 가깝다.

④사적 이익 편취 규제 강화, 거래 위축시킬까?

공정거래법 개정안엔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계열사 간 거래가 활용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내용도 담겨 있다. 현재는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상장사 기준)을 가진 계열사를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개정안은 기준 지분율을 20%로 낮췄다. 재벌그룹 상당수가 해당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유지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데 대한 입법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2014년까지만 해도 총수 일가(정몽구·정의선) 합산 지분율이 40%를 훌쩍 넘었으나 해당 규제가 공정거래법에 들어온 뒤 규제 하한선에 조금 못 미치는 29.99%로 지분율을 끌어내렸다.

재계는 “계열사 거래를 위축시켜 효율이 떨어지고, 규제를 피하려고 지분을 매각하면 시장이 사업 축소·포기라고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행 공정거래법이 그동안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 편취를 상당 부분 차단하는 구실을 해왔다”면서도 “재계의 비용 산출 근거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제 필요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교차하는 만큼 개정안을 놓고 진지한 논의를 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⑤복합금융그룹에 ‘이중족쇄’ 채우나?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경우 초안보다 내용이 상당히 완화된 터라, 재계도 적극적으로 반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중규제’ 논란은 여전히 불거진다. 이 법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 6곳(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디비)에 대해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자본 적정성을 점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금융권에 이미 규제가 많은데 별도의 대기업집단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그룹 차원의 내부 통제는 운신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과 산업이 얽힌 대기업집단은 개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규제만으로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창민 교수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를 더 강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개별 금융회사가 위험에 빠졌을 경우 금융시장 전체 또는 다른 비금융회사로 전이가 빠르기 때문”이라며 “한국 금산복합그룹은 계열사 간의 전이 위험이 추가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위험이 전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추가 위험 요인 때문에 규제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홍석재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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