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가 ‘10년 안에 의약주권 확보’를 목표로 출범시킨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 묵현상(62) 초대 사업단장이 공식 임명됐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기술 백신 개발에 관심이 높아진데다, 전체 예산 2조원대 초대형 신약개발 사업을 책임지는 묵 단장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부지부 등 3개 부처는 앞으로 10년간 정부 주도의 신약개발사업을 이끌 국가신약개발사업 단장에 묵현상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 단장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3년(연임시 2년 연장)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전신격인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지난 2016년부터 이끌어와 최대 10년간 정부가 추진하는 신약개발사업 책임을 맡게 됐다. 이번 사업은 제약업계의 백신 등의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2030년까지 2조1758억원(국비 1조747억원·민간 7011억원)이 투입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백신 구입에 애를 먹었던 정부는 “향후 10년간 우리 제약·바이오 사업의 향배를 결정할 사업”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묵 단장은 애초 제약산업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1985년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석사를 마쳤다. 국내 기업에서 컴퓨터 네트워크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다가, 1990년대 말까지 삼보컴퓨터 부사장 등을 거쳤다. 이후 겟모어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는데, 당시 이 회사도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주식거래를 돕는 온라인중개전문 증권회사였다.
바이오업계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 메디프론 디비티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부터다. 신약물질 개발기술을 가진 디지탈바이오텍을 100% 자회사로 편입해, 1년만에 최대 4천만유로 규모 진통제 특허기술 이전 계약 등 성과를 냈다. 2010년엔 다국적제약사 로슈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후보물질 기술을 수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016년부터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단장으로 5년간 사업을 이끌었다. 이 기간동안 사업단은 제약사 지원을 통해 15조원 규모의 기술이전(57건)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에스케이(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등 신약품목 허가(2건)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묵 단장은 10여년간 경제전문지에 골프칼럼을 연재할만큼 골프마니아로도 알려졌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 시절, “골프에서 박세리 선수가 나오고 10년뒤 박세리 키즈가 전세계를 주름잡았다”는 비유로 임상부터 판매까지 ‘완전한 국내 신약기술 확보 경험’을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한림원생리의학상 수상자이자, 2017년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장을 맡았던 묵인희 서울대교수가 묵 단장의 동생이다.
묵 단장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기 단계 물질 발굴에 투자하고, 국산 신약의 글로벌 시장 출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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