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를 돈까지 주며 수거해가는 이유가 뭘까요? 혹시 한 번 쓴 걸 재사용하는 건가요?”
최근 소규모 창업 인터넷 카페 등에는 폐식용유 거래에 관한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치킨집 같은 곳에서 18리터(ℓ)짜리 사각 철제통에 담긴 폐식용유가 수십통씩 차량에 실려 팔려가는 모습을 궁금하게 여긴 것이다. 여기엔 “폐식용유를 튀김용으로 다시 판다더라”, “아스팔트나 비누를 만든더라” 따위의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진실은 뭘까? 국내 치킨집이나 햄버거 가게, 학교 급식실 등에서 치킨이나 튀김 요리를 만든 뒤 쓰임새가 없어진 폐식용유 대부분은 차량용 경유에 섞여 판매되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쓰인다. 가정이나 음식점 등에서 나온 폐식용유를 대규모로 수거해 한차례 정제한 뒤,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에서 메탄올·촉매 등과 섞으면 차량용 경유와 완전히 같은 용도의 경유를 만들 수 있다.
바이오디젤은 일반 경유차량 연료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경유와 견줘 배기가스 발생도 3분의1 수준으로 낮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쓸모없이 버려지던 폐식용유 16만여톤이 바이오디젤 원료로 쓰였다. 한때 하수구 등에 마구 버려져 오염물질이 되던 폐식용유가 친환경연료로 탈바꿈한 것이다.
식용유를 쓰는 업체나 상인들 입장에서는 반갑기 그지없다. 돈 내고 버리던 폐식용유를 ㎏당 500원 안팎을 받고 되팔수 있어서다. 바이오디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바이오디젤에 쓰이는 폐식용유가 2006년 1만6천톤에서 현재 10배 가까이 늘었는데, 그 자체로 오염물질이던 폐식용유를 재활용하고 막대한 친환경에너지도 만들 수 있다”며 “최근에는 폐식용유 대부분이 바이오디젤 원료 용도로 수거되고, 식용유 수거작업을 포함해 5천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폐식용유가 바이오디젤로 거듭나기 시작한 건 2006년 정부가 바이오디젤을 경유와 혼합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다. 이어 2010년 정부는 경유 대비 혼합 비율을 2%까지 끌어올렸다.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장관(현 총리)은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디젤과 화석에너지인 석유가 조화롭게 협력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해법을 제시한 획기적 사건”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현행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은 자동차용 일반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3% 이상 의무적으로 섞어 쓰도록 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주유소 경유는 바이오디젤 3%가 이미 섞인 상태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디젤을 경유와 섞어 쓰도록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에서 7%, 미국 2~10%를 비롯해 브라질(10%)이나 인도(20%)처럼 두자릿수를 넘는 곳도 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사용 의무가 강화하고 있는 터라, 정부는 바이오디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지난 1일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비율(RFS)을 확대하는 내용의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오는 7월부터 혼합의무 비율이 기존 3%에서 3.5%로 상향된다. 이후 3년마다 혼합비율을 0.5%포인트씩 올려 2030년 5%선에 맞춘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오승철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한겨레>에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5%까지 늘려도 영하 18℃ 이상에서 경유 차량엔진을 비롯해 자동차 성능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결정”이라며 “온실가스 저감과 신재생 시장창출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존 정유사들의 속내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바이오디젤 혼합 비율이 확대되는 만큼, 일반 경유 판매량이 줄어들수 밖에 없어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