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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공정위, 최태원 ‘SK실트론 의혹’ 사건 3년 만지작

등록 2021-03-16 04:59수정 2021-03-16 08:54

SK “기회유용 의혹 현실성 없다” 항변속…공정위 2018년 8월 이후 ‘잠잠’
SK실트론 누리집 갈무리
SK실트론 누리집 갈무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등이 연루된 ‘사업기회 유용’(에스케이실트론) 의혹 사건을 조사 개시 뒤 만 3년이 지나도록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최 회장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만한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해석부터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오르는 등 보폭을 넓히면서 공정위의 칼날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여러 추측이 나온다.

■ 쟁점은 무엇? 공정위의 에스케이실트론에 대한 조사는 지난 2017년 10월 경제개혁연대의 의혹 제기에 뿌리를 둔다. 칼을 빼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출신 김상조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문재인 정권 초기에 조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무성했던 이유다. 실제 공정위는 의혹 제기 두 달만인 같은 해 12월 조사 개시를 선언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그 해 ㈜에스케이가 당시 ㈜엘지가 대주주(지분율 51%)이던 엘지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최 회장에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넘겼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에스케이는 2017년 1월 ㈜엘지가 보유한 실트론 지분 51%를 주당 1만8139원에 인수한 뒤, 석달 뒤엔 사모펀드 케이티비(KTB)가 보유한 지분 19.1%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 매입했다. 주당 매입 가격이 낮아진 데는 이미 경영권을 확보한 점이 반영됐다.

문제의 거래 시점은 그 이후다. 그 해 8월 최태원 회장은 특수목적회사(SPC)와 맺은 파생상품(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토대로 실트론의 소수주주인 보고펀드가 보유한 지분(29.4%)을 사들인다. 경제개혁연대 쪽은 이 거래가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에스케이가 충분히 살 수 있는 나머지 지분임에도 총수인 최 회장이 사들이면서 에스케이에 돌아갈 이익을 총수가 가로챘다는 뜻이다.

당시 거래 전후로 반도체 경기가 크게 살아나며 웨이퍼 제조가 주력인 실트론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전망이 명확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 제기엔 무게가 실렸다. 실제 실트론 영업이익은 매각 전인 2016년 333억원에서 매각 뒤인 2017년엔 1325억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그 이듬해 영업이익은 3800억원까지 치솟았다. 에스케이 쪽은 설득력 없는 의혹 제기라고 항변한다. 우선 경영권 확보에 필수적인 지분 51% 외에도 추가로 19.1%의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잔여 지분까지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최 회장이 잔여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도 ‘공개 입찰’을 통했기 때문에 특혜로 볼 소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에스케이 쪽은 <한겨레>에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짜고 최 회장에게 투자기회를 줬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 공정위 결론은 무엇? 최 회장과 에스케이를 향한 공정위의 조사는 초기에 견줘 눈에 띄게 속도가 떨어진 상태다. 2018년 8월 에스케이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 이후 이렇다할 추가 행동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에스케이 쪽 주장을 무너뜨릴 논리나 에스케이가 사전에 최 회장 몫을 정해두고 취득할 지분 규모를 산정한 정황을 보여주는 진술이나 문서와 같은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사건의 특수성이 공정위의 고민을 깊게 하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민경 한국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에 “사업기회 유용은 (일반적인 일감몰아주기와는 달리) 기업이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아서' 생긴 불법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까다로운 영역”이라고 짚었다. ‘사업기회 유용’은 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처벌된 선례가 없는 터라, 자칫 첫 적용사례에 단추를 잘못 꿰어 해당 제재 조항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기에 공정위가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정무적 고려’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이 재계의 얼굴격인 대한상의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무뎌진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올해 안에는 결론을 내야 한다고 본다”라고만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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