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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코로나 시대…IMF 총재는 왜 ‘빅테크’를 경고했을까

등록 2021-03-16 16:24수정 2021-03-16 16:28

15일 게오르기에바 총재, 블로그·동영상·분석보고서 올려
“코로나에 IT 시장지배자들 지배력 급상승…승자 군림”
15일 국제통화기금(IMF) 웹사이트 초기화면에 ‘팬데믹과 거대 기업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다룬 IMF 블로그 글 제목(Rising Market Power)이 보인다. IMF 웹사이트 캡쳐
15일 국제통화기금(IMF) 웹사이트 초기화면에 ‘팬데믹과 거대 기업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다룬 IMF 블로그 글 제목(Rising Market Power)이 보인다. IMF 웹사이트 캡쳐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서 정보기술(IT) 부문을 위시한 여러 산업은 오히려 수혜를 입고 있고, 그런 산업 내부에서도 거대한 시장 지배자들은 그야말로 가장 큰 승자로 군림하고 있다.”(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통화기금이 자체 공식 누리집에 똑같은 이슈를 다룬 논평 블로그 글과 1시간짜리 토론 동영상, 그리고 분석보고서를 일제히 올렸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거치며 전세계적으로 아이티 공룡기업 등 거대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한층 급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각국이 경제회복과 시장 역동성 강화를 위한 경쟁정책 대응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공통 주제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이른바 플랫폼을 장악한 ‘빅테크’ 규제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치 않은 진단이다. ‘경제회복을 위협하는 시장 지배력의 발흥’이란 제목의 이 블로그 글 작성자는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포함한 4명이고, 토론 동영상(‘하나의 도전으로 떠오른 시장 경쟁 퇴조’)에도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비롯한 각국 경제분석가 5명이 참여했다. 국제통화기금 소속 연구자 10여명이 분석한 ‘기업의 시장지배 발흥이 새로운 정책이슈로 부상했다’는 보고서도 발표됐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블로그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중소 사업체들에게 특히 심대한 타격을 입히고 대량 실업과 경제적 상처를 남기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잘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중대한 또다른 면은 거대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각 품목의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경쟁기업들이 코로나로 쓰러지고 있는 반면에 시장의 거대 지배자들은 더욱 강해진 기업으로 그 면모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규모와 범위의 경제 효과’라는 시장의 근본적인 힘에 더해 팬데믹이 시장지배력 요새를 강화하는 또 다른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이 소수 거대 기업들의 손에 과도하게 지배되면 중·장기 성장을 이끄는 역동성과 경쟁이 감퇴하고 혁신이 지체되며 경쟁적 투자가 질식되기 마련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의 시장 집중도 급증이 잠재적인 혁신 기업의 새로운 진입을 가로막고 전세계 거시 경제에서 코로나 이후의 경제회복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은 “선진경제에서 거대 지배기업들의 시장 집중도를 보면, 지난 팬데믹 단 1년 동안에 과거 2000~2015년 사이에 15년간 증가한 정도만큼 커진 것”으로 추정했다. 팬데믹이 전세계 시장구조에 미친 영향을 국제통화기금이 대략적인 수치로 처음 밝힌 것이다.

이날 발표된 국제통화기금 보고서를 보면, 북미·유럽·한국·일본 등 선진 82개국 주요 상장기업의 시장 집중도(1980~2016년·각 품목시장에서 20개 기업의 총매출액 대비 상위 4개 기업의 매출액 비중)를 분석해보니 대표적인 시장집중도 지표인 ‘마크업’(Markup·제품 시장가격에서 생산·판매비용을 뺀 이윤 마진)이 지난 40여년간 평균적으로 30% 이상 커졌다. 이 특정 기업들의 이름은 공표하지 않았으나 디지털 산업부문은 지난 20년간 마크업이 경제 전체의 마크업 증가율보다 2배가량 더 극적으로 증가했다. 블로그는 “다수 산업에 걸쳐 팬데믹이 시장 집중도 악화를 더욱 촉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여러 부문에서 올해 최상위 마크업을 가진 기업이 내년에도 최상위 이윤 마진을 누릴 확률이 거의 85%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 확률은 1990년대 이른바 ‘신경제 시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15일 국제통화기금(IMF)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토론 동영상. 토론자로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오른쪽 위)가 보인다. IMF 웹사이트 캡쳐
15일 국제통화기금(IMF)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된 토론 동영상. 토론자로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오른쪽 위)가 보인다. IMF 웹사이트 캡쳐

더욱 심각한 건 지배력의 공고화다. 20년 전에 당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기업을 몰아내고 새로 시장을 장악한 지금의 공룡 거대기업들은 오늘날 코로나 시대를 통과하면서 자신들을 다시 위협할만한 ‘경쟁 압력의 도전’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여러 산업의 지배적 기업들이 코로나 조건에서 경쟁자들의 탈락과 부재 속에 굳건한 시장지배력 참호를 구축하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이 이날 내놓은 자료들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연방거래위원회와 국가경제위원회 등 경쟁·규제 관련 요직에 빅테크 규제를 주장하는 반독점론자들을 줄줄이 발탁하면서 거대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싸울 태세를 보이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국제통화기금은 시장 집중도를 높이는 주요 동력 중 하나로 전세계적인 인수합병(M&A) 열풍을 지적하고 “각국 경쟁당국이 거대 기업간 기업결합을 심사·통제할때 바짝 경계하고, 방심하면 안된다”고 촉구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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