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4월. 핀란드 국민 일부의 코로나19 감염여부를 확인할 검체를 실은 화물전세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특수포장된 화물은 곧바로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진단검사 전문기관 서울의과과학연구소로 옮겨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세계 각국이 진단키트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긴박한 상황에서 핀란드의 한 병원이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여부 확인에 어려움을 겪자, 아예 첨단 장비를 갖춘 한국에 검체를 보내 검사 결과를 받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초 하루 안에 검체 검사결과를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서울의과과학연구소는 한나절만에 최종 결과를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 해도 서울의과과학연구소는 뛰어난 진단역량을 갖고도 국외에서 온 검체 진단을 위해서는 샘플테스트를 통해 사전 진단 역량을 증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1일 서울의과과학연구소를 ‘한국인정기구(KOLAS) 국제공인 메디컬 시험기관’으로 인정해 22일 인정서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정기구가 국제공인 메디컬 시험기관으로 인정한 기관은 전세계 104개국과의 상호인정협정(MRA)에 따라, 이들 국가에서도 검사 역량을 공식 인정받게 된다.
서울의과과학연구소는 국내에서 12번째 국제공인 메디컬 시험기관이 됐다. 앞서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핵의학과(이상 임상화학·진단면역), 서울아산병원 병리과(분자·세포유전학 등) 등이 한국인정기구의 메디컬 시험기관으로 인정된바 있다. 서울의과과학연구소 관계자는 산업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감염병 진단 역량이 알려지면서 검체 의뢰와 공동연구 요청 등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공인 메디컬 시험기관 인정을 계기로 글로벌 의료전문기관으로 발돋음하겠다”고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국제공인 메디컬 인정제도를 국내 시험기관의 글로벌시장 진출 디딤돌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한국인정기구의 국제 상호인정 협정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우수한 시험기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각국에 진출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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