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량용 휘발유와 경유 리터(ℓ)당 평균값이 각각 1500원, 1300원대로 올라섰다. 중형차 휘발유통(70리터 기준)을 가득 채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지난해말 9만원 초반이었으나 이달 10만원을 훌쩍 넘게 됐다. 원재료인 원유의 공급 부족으로 기름값이 오른 데 이어, 이후 코로나19 백신 효과 등으로 석유제품 소비가 늘면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보면, 3월 셋째주 전국 주유소의 리터당 평균 휘발윳값은 전주 대비 18.8원 오른 1517.4원이다. 평균 휘발윳값이 리터당 150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3월 둘째주 이후 1년여만이다. 휘발윳값 상승은 지난해 11월 넷째주 리터당 1318.8원을 찍은 뒤, 17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휘발윳값이 가장 비싼 서울(1602.6원)과 제주(1601.2원)는 리터당 1600원을 넘었다. 경유도 리터당 전국 평균값이 전주대비(1298.5원) 18.4원 오른 1316.8원이다. 이 역시 1년여만에 리터당 1300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최근 16주 연속 오름세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값의 상승세는 원재료인 국제유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첫째주부터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원유값은 39.4달러에서 이달 셋째주 65.8달러로 60%가까이 올랐다.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오펙플러스(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의 감산 규모 동결과 미국의 석유제품 재고 감소 등이 최근 유가 상승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올 들어 유가만 보면,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 평균(63.5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시장 일각에선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석기 한국석유공사 석유동향팀 차장은 지난 17일 펴낸 보고서 ‘오펙플러스 회의 결과와 국제석유시장 전망’에서 “오펙플러스가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과 기대는 ‘빗나간 예상’이 됐다”며 “세계 수요가 본격 회복할 경우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반기 석유제품값이 원유의 공급 부족으로 올랐다면, 하반기에는 백신 보급에 따라 석유제품 소비 증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등은 추가 상승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9일 “산유국 생산여력, 미국 금리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펴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유가 평균 전망값(브렌트유 기준)을 53~56달러로 제시하고 있다.
유가와 석유제품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드러내놓고 반색하지는 않고 있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4~5달러선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유값에서 제품값과 경비를 빼고 정유사의 이익으로 남는 부분을 뜻하는 ‘정제마진’은, 이달 셋째주 기준 배럴당 1.7달러다. 지난해말 0.5달러까지 떨어졌던 것과 견줘 회복세가 크지만 손익분기점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수준인 셈이다.
다만 정유업계는 하반기 ‘백신 효과’에 따라 자동차·항공을 비롯한 석유제품 소비가 확대될 것이란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현재 추세면 국내 정유 4사가 올 1분기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국내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코로나19 이전이나 비슷한 수준으로 소비가 정상화하면, 석유제품 판매 증가와 함께 정유업계의 매출과 정제마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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