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ㄱ, ㄴ사는 2015년 원청업체인 두산중공업으로 밸브생산에 쓰이는 기술자료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원청업체가 요구한 것은 발전소 설비에 들어가는 글로브밸프, 와이글로브밸브, 다이아프램밸브 등 3가지 제품 생산과 관련해 도면 등 기술자료 모두 4건이었다. 납품받은 밸프들이 애초 계약됐던 사양,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지 확인하는 데 이같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두산중공업 쪽의 설명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핵심기술을 내주는 것인데도 두산중공업은 기술자료를 받아갔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서면을 전혀 건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2018년까지 이어졌다. 현행법은 원청업체가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요구 목적과 함께 원청업체가 지켜야하는 비밀유지 사항, 권리 관계 등이 적힌 서면을 납품업체에 주도록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두산중공업이 납품업체의 핵심 기술과 관련한 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면 형태의 ‘기술자료 요구서’를 주지 않은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천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두산중공업의 행위가 중소하도급 업체의 기술보호 절차 규정을 위반했다고 봤다 현행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청업체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만 납품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또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이유가 합당하더라도, 자료 요청 범위와 목적, 비밀유지 방법, 권리 귀속 관계 등 7개 항목이 적힌 기술자료 요구서를 반드시 납품업체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 쪽은 “기술자료 요구서 제공 의무는 원사업자의 정당한 이유없는 기술자료 제공 요청 등을 막아 기술유용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중요한 절차적 의무”라며 “관련 행위 위반이 적발될 경우, 앞으로도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