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0월29일, 부산 서구 암남동 범창콜드프라자 신축공사 현장에서 불꽃이 튀었다. 인부들이 냉동창고 벽면에 우레탄폼을 쏘는 발포작업을 벌였는데, 동시에 옆에서는 용접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우레탄 작업을 하는 쪽에서 유증기가 가득 올라왔고, 여기에 불꽃이 튀자 폭발과 함께 대규모 화재가 일어났다. 인부 27명이 숨지고 16명이 크게 다치는 대형 참사였다.
전기로 인한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법으로 예방책을 마련하자는 공론화가 본격화한 게 이때부터다. 사건 발생 뒤 무려 23년만에 이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전기안전관리법이 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안전관리법이 4월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 법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뒤, 1년간의 공포 기간을 거쳐 이번에 시행되는 제정법이다. 법 시행에 따라 25년 이상된 공동주택은 최소 3년에 한차례 전기안전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점검결과, 전기재해 발생 우려가 있을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엔 정부는 건물 철거나 이전, 공사중지, 사용정지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전통시장이나 유치원·숙박시설 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의 전기설비에는 안전등급제(5등급·A~E)도 도입된다. 우수등급(A)에는 검사·점검주기를 1년 연장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긴급점검에서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전기설비는 철거·이전하도록 정부는 긴급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홍순파 산업부 에너지안전과장은 “전기안전관리법 시행으로 전기사용 과정에서 보다 촘촘한 안전관리망을 구축하고, 체계적인 전기안전관리 시스템도 마련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