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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누구나집·지분적립형·기본주택…내게 맞는 ‘주거 사다리’는?

등록 2021-06-21 04:59수정 2021-06-21 08:34

공공주택 새 모델 비교해보니

민주당 공급방안 ‘누구나집’
집값의 6~16%만 내면 입주 가능
취득·재산세 없고 10년 뒤 ‘내집’
3억5천만원 집 월 임대료 38만원

SH공사 ‘지분적립형 주택’
입주 때 분양가의 10~25% 내고
20~30년 간 5회 나눠 지분 취득
5억 집 월 30만원…임대료 싼 편

경기도 제시 ‘기본주택 분양형’
땅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
일반 주택 80% 수준으로 값 낮춰
5억 집 월 33만원선…땅 임대료 내야

시세차익 5대5 등 불로소득 방지
“전세 대체할 주거사다리 주목”
연합뉴스
연합뉴스

기본주택, 지분적립형, 공공자가, 상생주택, 누구나집….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주거 사다리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공 영역에서 새로운 주택 공급모델이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한목소리로 ‘주거 사다리 복원’이라는 목표를 내건 이들 새로운 모델이 등장한 배경엔 오랜 기간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주거 사다리 구실을 해 온 전세제도가 오작동하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는 다주택자 소유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는 장치로서 오히려 ‘사다리’보다는 ‘미끄럼틀’에 가까운 것이라 볼 수 있다.(…)‘월세 보다 유리한 전세’라는 관념에서는 임차인을 위한 정책으로 여겨졌지만, 이면에서는 오히려 전세 임차인들이 ‘미래에 구매할 집’의 가격을 더 올리는 시스템이 작동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최경호, ‘주거체제로 본 사회주택’, <동향과 전망> 2021년 봄호)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전세대출이 보편화하면서 대출이자 상환을 하는 전세가 급속히 ‘월세화’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예금은행 전세대출은 2011년 61조5천억원 규모에서 2020년 337조9천억원으로 10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한국은행,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대출액은 늘었는데 전세 비중은 줄어든 것처럼 임대인과 임차인이 윈윈하던 전세제도는 시효가 다했다”며 “단순히 청년층의 자가소유를 촉진하는 차원을 넘어 시세차익과 불로소득에 기반을 둔 한국의 주거체제를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공급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공급모델 가운데 무엇이 기존 전세제도를 대신해 주거 사다리를 복원할 수 있을까. ‘요즘 뜨는’ 3가지 공급유형, 누구나집과 기본주택 분양형, 지분적립형 주택을 비교해 봤다.

초기 자금 : 누구나집<지분적립형<기본주택

초기 자금만 따졌을 땐, 분양가의 6~16%를 내고 입주할 수 있는 누구나집의 부담이 가장 낮다. 인천 미단시티의 ‘누구나집 3.0’은 분양가 3억5천만원 중 초기 부담액이 3490만원으로 10% 수준이었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인천 검단(4225호)과 경기 안산 반월·시화(500호), 화성 능동(899호), 의왕 초평(951호), 파주 운정(910호), 시흥 시화(3300호) 등 6곳에 1만785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누구나집 5.0’은 초기 부담을 10%에서 6%까지 낮췄다. 입법예고 중인 지분적립형 주택은 입주 당시 분양가의 10~25% 수준을 부담한다.

초기 자금 최소화 방식은 누구나집이나 지분적립형이나 유사하지만 누구나집은 초기에 입주권을 얻고 소유권은 10년 뒤 분양전환을 할 때 생기기 때문에 취득세나 재산세 부담이 없다. 반면 20년~30년 동안 5회에 걸쳐 10~25%씩 지분을 취득해 나가는 지분적립형 주택은 소유 지분을 취득할 때마다 취득세를 내야 하고, 소유지분만큼 재산세도 부담해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분을 추가 취득할 때마다 등기를 해야하는 부담이 있는데 이 부분은 수분양자와 지분을 공동소유하는 에스에이치가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주택 분양형은 지난 4월 경기도가 주최한 기본주택 콘퍼런스에서 제안된 모델이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낮췄다. 평당 1500만원에 전용면적 74㎡ 주택의 경우 분양가가 2억7700만원으로 토지까지 모두 분양하는 일반 주택 분양가 3억3600만원의 80% 수준이다.

지난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장기공공임대 방식의 기본주택은 지난 4월 경기도가 주관한 ‘기본주택 컨퍼런스’를 통해 ‘분양형’이 추가됐다. 분양형 모델을 제안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기본주택을 공공임대유형 중 하나가 아니라 주거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존 분양주택의 대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라며 “경기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정책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임대료 부담 : 지분적립형=기본주택<누구나집

이들의 공통점은 월 임대료가 있다는 점이다. 입주할 때 전체 분양가의 일부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일종의 대출이자처럼 임대료를 부담하게 된다. 각각 시뮬레이션한 자료를 보면 임대료 부담은 지분적립형과 기본주택이 유사하고, 누구나집은 조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분적립형의 공급주체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분양가 5억원 주택(전용 59㎡)을 20년 동안 5회에 걸쳐 취득할 경우 총 임대료를 7100만원으로 추정했다. 월평균 30만원 수준이다.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개발센터장은 “초기에 지분을 많이 취득하면 월 임대료 부담을 낮출 수 있는데 초기 지분 취득 시 대출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검토 중”이라며 “그밖에 월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분 취득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집 월 임대료 부담은 이보다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3억5천만원인 인천 미단시티는 월 임대료가 38만원 수준으로 분양가 5억원의 지분적립형 월 임대료보다 높다. 지분 취득 기간이 20~30년인 지분적립형에 견줘 10년 후 분양전환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다.

다만 누구나집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했던 10년 후 분양전환 공공임대(천안 10년 후 분양전환공공임대 분양가 4억6천만원, 월 임대료 57만원)보다는 부담이 낮다는 입장이다. 특히 누구나집은 6~16%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협동조합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받아 확보하고 여기에 대한 이자를 입주자가 월 임대료로 부담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민간 시장에서 일부 중·고 신용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저금리 대출의 혜택을 입주자 모두가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1일 열린 ‘누구나집 5.0 및 누구나주택보증시스템 도입방안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섰던 송두한 전 엔에이치(NH)금융연구소 소장은 “누구나보증시스템을 통해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차별을 해소해 금융비용을 낮추는 게 누구나집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10년 후 시세를 분양전환가격에 반영하는 10년 후 분양전환공공임대와 달리 10년 후에도 최초 분양가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도 수요자 입장에서는 누구나집이 진일보한 부분이다.

불로소득 사유화 방지 : 기본주택>지분적립형>누구나집

기본주택 분양형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 시뮬레이션 결과 분양가 5억원(평당 2천만원, 전용 84㎡)의 월 임대료가 33만7000원 수준으로 지분적립형과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지분적립형이나 누구나집은 지분 취득이 완료되면 월 임대료 부담이 사라지지만 기본주택 분양형은 건물만 분양받고 공공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해 내는 임대료 개념이기 때문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동안 계속 토지임대료를 내야한다.

그만큼 기본주택은 공공성이 강한 주택이다. 주택을 매매할 때 생기는 시세차익에 대한 부분도 엄격하다. 남기업 소장은 “장기 거주하면 시세차익을 인정해주는 비율이 높아지긴 할 테지만 기본주택은 시세차익이 없는 주택이어야 한다고 본다”며 “국토보유세 도입 등으로 기존 주택에서도 시세차익이 안 생기도록 하는 패키지 정책으로 한국 부동산 체제를 개선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분적립형과 누구나집은 저렴하게 공급되는 공공주택이 수분양자에게만 ‘로또’가 되는 문제를 ‘이익공유’의 형태로 해결한다. 지분적립형의 경우 분양가 5억원 주택을 10년 동안 50% 지분을 취득하고 7억원에 판다면, 시세차익 2억원 가운데 50%만 수분양자가 가져간다. 누구나집도 분양전환 시 이익공유 비율이 5대 5로 제시되어 있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주거안정연구센터장은 “지분형 주택은 사실상 전세와 유사한 것인데 30년 이상 공공에서 이런 주택을 공급해온 영국과 달리 우리는 한 번도 공공 공급자가 이런 주택을 공급해 본 적이 없다”며 “강고한 전세문화 속에서 소비자들이 어떤 공급모델을 선택할지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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