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월세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1년 동안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중이 월 평균 65% 수준으로 법 시행 이전 1년 월 평균 72%에 견줘 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법의 영향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① 다세대·연립은 70% 유지, 아파트만 60%대로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주택유형별 전월세거래 통계를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31일을 기준으로 2019년 8월~2020년 7월, 2020년 8월~2021년 6월(7월치 통계는 7월 계약된 건수 집계 중이라 제외)로 나눠 분석해봤다. 월 평균 기준으로 전세 거래 비중에 가장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은 아파트였다. 아파트의 전세 거래 비중은 법 시행 전 1년 동안 월 평균 72.0%에서 법 시행 후 65.1%로 6.9%포인트 줄었다. 이에 따라 월세 거래 비중은 28.0%에서 34.9%로 6.9%포인트 늘었다.
반면 다세대·연립(70.5%→70.4%)과 단독·다가구(46.7%→45.4%)의 전세 거래 비중은 아파트 만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새 임대차법의 계약갱신요구권에 따라 갱신권 사용이 늘면서 신규로 나오는 매물 자체가 줄었고, 이것이 공급 감소로 이어져 전셋값이 급등했다고 보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특히 갱신권이 모든 주택유형에 동등하게 적용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아파트에서만 공급 감소가 나타난 것은, 갱신권 사용이 아파트 전세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소비자의 주거만족도가 높은 주택일수록 갱신을 많이 했을텐데, 현재 주거만족도가 가장 높은 게 아파트 전세”라며 “아파트 전세는 신규 수요도 많이 몰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급이 줄었을 때 가격이 급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새 임대차법 시행 전후 1년 간 전월세거래량을 보면 아파트는 월 평균 거래량이 6.8% 감소해 다세대·연립(0.9%), 단독·다가구(4.6%)에 견줘 감소량이 컸다.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7월 대비 2021년 6월 전세가격지수 변동도 아파트가 6.5%로 다세대·연립 2.4%, 단독·다가구 1.6%의 2~4배 수준이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월간케이비주택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3.3㎡당 전셋값은 2414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1895만원에 견줘 27% 올랐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4억8천만원대에서 6억1천만원대로 오른 셈이다. 특히 강남권이나 양천구, 마포구, 용산구 등 중산층 전세 수요가 몰리는 일부 고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10억원대 안팎을 호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셋값이 전세 수요자들의 부담능력을 초과하면서 상승분 만큼 월세로 전환되는 ‘반전세’가 늘고 있는 것이 월세 거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과거 임대인들은 전셋값이 오르면 그만큼 전세금을 올려받아 추가 투자에 나서곤 했는데 현재 다주택자 규제가 강한 상태에서는 주택 투자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월세 전환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계약 갱신권 행사 아파트 쏠려
전셋값 급등도 월세 전환 압박
임대차 3법 영향은 더 따져봐야
④ 갱신·신규 계약 혼재된 통계…정확한 자료 없어
다만 확정일자 신고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거래량 자료는 신규계약과 갱신계약이 구분되지 않아 새 임대차법이 신규계약에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시세보다 크게 낮은 전셋값을 무조건 ‘갱신 계약’으로, 그보다 크게 높은 전셋값은 ‘신규 계약’으로 간주해 ‘이중가격’으로 일컫는 것 역시 현재로서는 ‘임의적’인 구분이다.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을 구분한 통계는 6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전월세신고제를 통한 1개월치 자료 뿐이다. 국토교통부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시 구별 대표 아파트 100곳에 대해서만 갱신율 자료를 추정하고 있을 뿐, 다세대·연립, 단독·다가구에 대한 자료는 생산하고 있지 않다.
최경호 소장은 “전월세신고제가 6월에야 시행되어 현재 새 임대차법의 시장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통계가 거의 없다”며 “주택유형별, 계층별로 새 임대차법의 영향을 파악하기도 전에 야당 정치인들이 중산층 거주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례를 일반화해 임대차3법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