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특별법이 우선 적용될 경기도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에서 정비사업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앞으로 구체화될 안전진단·용적률 규제 완화 수준과 이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 정도, 충분하고 체계적인 이주대책 등이 주민 찬반과 정비사업의 사업성·공공성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1995∼1996년 개발이 끝난 1기 신도시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물 총 면적)은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다. 대체로 법정 용적률 상한을 채운 상황이라,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지 않으면 일반 분양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특별법 주요 내용을 밝히며 용적률 규제를 ‘종상향 수준’으로 풀겠다고 밝혔다. 가령 2종 일반주거지역인 경우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 용적률이 적용된다. 이론적으로는 용적률이 300∼500%까지 올라갈 수 있어, 아파트 층수가 현재 12층에서 35∼50층까지 높아질 수 있다. 실제 용적률은 지방자치단체가 내년에 세울 정비구역별 기본계획에서 결정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500%는 이론적 상한일 뿐 실제로는 지자체 도시계획위원회가 정주여건 등을 고려해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닭장 아파트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성이 확보되는 경우 면제한다”고 한 안전진단의 구체적인 면제 기준 역시 시행령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시행령에는 초과이익 환수 비율도 담기게 된다. 정부가 마련한 특례 덕에 발생한 일반분양 수익과 집값 상승 등 초과이익을 제대로 환수하지 않으면 1기 신도시 입주민과 건설사들에 과도한 특혜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정 비율 결정을 위해 집값 전망 시나리오를 여럿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환수비율 이상의 구체적인 기준을 미리 세워놔야 한다”며 “환수비율만 맞추고 실제로는 접근성 낮은 변두리 땅에 기반시설이나 공공주택을 조성하게 둔다면 특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익 환수는 공공기여율과 초과이익이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등가성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은 이주대책 수립 의무를 사업 시행자가 아닌 지자체에 부여한다. 특별법에 따라 지자체는 이주대책사업 시행자를 지정해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단지 안에 모듈러 주택 등을 활용한 순환형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기 신도시 세입자들에게도 충분한 이주비를 지원하는 등 이주대책 대상에 제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세입자들은 정비사업을 거치면서 밀려나가고, 정비 뒤엔 오른 집값·전셋값 때문에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 자료를 보면, 1기 신도시 거주가구 중 약 23%가 세입자다.
주민 의견을 어떻게 모아낼지도 관건이다. 특별법은 여러 공동주택 단지에 대해 ‘통합 정비’를 추진할 1개의 시행사업자(조합 등)를 두게끔 했다. 가령 간선도로로 둘러싸인 4개의 아파트 단지가 자족시설 확보를 전제로 1개의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그런데 대표적 1기 신도시인 일산 안에선 이미 여러 단지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결정하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 정부는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 방식을 추진할 경우엔 세대수 증가 범위를 기존 15%에서 20%로 늘려줄 계획이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향후 구체화될 시행령 등을 보며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두고 다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한쪽으로 의견을 모으더라도 워낙 사업 단위가 큰 탓에 앞선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사례처럼 여러 갈등이 노출되고 사업 완료까지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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