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지난달 26일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정부·여당안이 시행될 경우 “인천 미추홀구 피해 임차인 대부분이 특별법 적용 대상 범위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보증금 기준을 4억5천만원까지로 확대하는 등 피해자 요건을 완화하는 수정안을 시행할 경우, 이른바 ‘건축왕’ 피해자 대부분은 특별법 대상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서울 강서, 경기 동탄·구리 등 다른 지역 피해자들은 얼마만큼 특별법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는 2일 “정부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제시한 피해자 요건 수정안을 적용하면, 인천 미추홀구 피해임차인 대부분은 특별법 적용 대상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전날 국토부는 특별법 대상 주택의 면적 요건을 삭제하고, 보증금 기준은 3억원으로 하되 국토부에 설치될 전세사기피해지원위가 최대 150% 범위 안에서 열어놓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수정안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또 ‘보증금 상당액 손실’ 요건을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 손실’로 바꾸고, 경·공매가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개시하면 특별법 대상 피해자에 해당되도록 관련 조항도 손봤다. ‘사기 고의성’ 판단 조항과 관련해서는 기존 ‘수사개시가 이뤄진 경우’에 ‘임대인이 임차인을 기망한 경우’ 등을 추가해 형법상 사기보다 특별법상 사기가 폭넓게 인정되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처럼 피해자 요건을 수정하면 인천 미추홀구의 이른바 ‘건축왕’ 피해자 대부분이 특별법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분석 결과 미추홀구 피해 임차인들의 평균 임차 보증금은 8800만원이고, 특히 피해 임차인의 75%는 임차보증금이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미추홀구 피해자 가운데 “보증금이 3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7세대에 불과하고, 최고가는 3억7천만원”이라며 “최고가 세대까지도 보증금 기준을 150%까지 확대적용할 수 있는 특별법 지원대상에 충족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천 미추홀구는 사기일당이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놓고, 동시에 ‘후순위 임차인’이 되는 피해자들에게 다른 지역·주택보다는 적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특이 케이스’라 이번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추홀구 사례와 달리 최근 몇년 사이 수도권 일대에 뿌리내린 전세사기의 ‘전형’은 전세가와 매매가를 같은 수준에 맞춰놓고 바지 임대인을 활용해 임차인을 늘려가는 무자본 갭투자 형식으로 피해 보증금 규모가 더 크다. 대표적 사례인 서울 강서 ‘빌라왕’ 피해자들은 가운데선 보증금이 3억원을 넘는 피해자가 미추홀구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나, 실제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온 적은 없다.
국토부가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법 대상 여부 분석은 내놓고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내놓지 못한 것은, 애초 피해자 전수조사가 미추홀구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피해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지난달 기준 전세피해 예상 세대수는 2484세대이고, 이 가운데 선순위 근저당권 등이 설정된 세대는 1885세대다.
미추홀구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가 협력해 피해자 조사를 벌이고, 특별법 대상자와 효과 분석을 더 정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전날 열린 국토위 법안소위에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유형들과, 유형별 피해자 수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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