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택 매매 시장이 매서운 한파가 닥친 날씨처럼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해 들어 처음 하락 전환했고,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연초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정부의 잇단 규제 완화 조처로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아파트값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른바 ‘더블딥’(가격 하락 후 조정기간 뒤 재차 하락하는 현상)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08% 떨어지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집값이 약세를 보인 지난해 누적 22.07% 하락했으나 올해 1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9월까지 13.42% 오른 바 있다. 이번 10개월 만의 하락 전환은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정부가 9월 말 주택가격 6억원 이상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면서 시장의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권역별로 강남4구가 있는 동남권이 가장 큰 폭(-0.65%)으로 떨어져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지난 10월에 0.26% 떨어지며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경기도와 인천의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0.35%, 0.29% 내려 서울보다 낙폭이 더 컸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0.20% 떨어지며 1월(-0.74%) 이후 처음으로 지수 하락을 보였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감소해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2313건으로 올해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월 거래량도 16일 현재 1672건에 그치며 10월보다 감소할 공산이 높다.
집값 변동에 민감한 ‘2030세대’가 매매 시장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에서 20대 이하와 30대 매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9.4%(1만415건)로, 지난 1월(29.9%) 이후 처음으로 30% 아래로 내려갔다.
부동산 업계에선 당분간 거래 침체가 이어지며 집값 하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중 금리가 내리거나 부동산 경기가 바닥에 이르러 반등 가능성이 커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는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민간 연구기관들도 연간 기준으로 내년 집값 하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연중으로는 ‘상저하고’ 흐름을 띈다는 전망이 많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매수자들이 관망하면서 내년 1분기 내지 2분기까지 아파트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분양가 상승과 공급량 감소로 인해 지난해의 급락(-7.70%) 수준까지 가지는 않고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맞물리며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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