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빌라에 세 들어 산 지 1년 이상 된 임차인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올해 사면 취득세가 최대 200만원 감면되고 청약 때 무주택자로 간주된다. 등록임대사업자가 과태료 부담 없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소형·저가주택을 양도할 수 있는 기회도 올해 한시적으로 열린다. 정부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임차인 보호를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한다. 무자본 갭투기에 나섰다가 보증금을 못 돌려주게 된 ‘빌라 집주인 구하기’란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용 면적이 60㎡ 이하인 집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가 거주 중인 집을 사들이면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때 취득가액은 수도권 3억원, 비수도권 2억원 이하여야 한다. 3억원에 산다면 취득세(세율 1%)가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생애 최초 주택에 대한 취득세 200만원 한도 감면(취득가액 12억원 이하 주택)은 향후 또 다른 주택을 사들일 때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세채 이상 가진 ‘등록임대사업자’가 임대 의무 기간(1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한채에 한해 엘에이치 나 지역주택도시공사에 팔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원래는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 기간 중 비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택을 양도하면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올해 역전세난이 이어지는 만큼 한채는 과태료 부담 없이 공공에 팔아 반환할 보증금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단, 엘에이치에 팔 수 있는 주택은 전용면적 60㎡ 이하에 취득가액이 수도권 3억원, 비수도권 2억원 이하인 비아파트에 한한다. 정부는 이런 방식을 포함해 엘에이치가 1만호 이상의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매입임대)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대책을 두고 20~30대 청년들을 통한 빌라 집주인 채무 조정이란 싸늘한 반응도 있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3억원 이하 빌라는 주로 1인가구가 사는 ‘원룸’ 또는 ‘투룸’ 빌라다. 서울 강서구 빌라 세입자 ㄱ(31)씨는 “집주인이 보증금 돌려줄 돈이 없다며 매매가를 얼마간 깎아줄 테니 사 가라고 조르고 있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사면 정부가 200만원 지원해준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등록임대사업자가 공공에 주택을 양도할 때 임대 기간에 부여한 혜택은 환수하는 최소한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 의무 기간과 임대료 증액 상한(인상률 5%)을 지키는 대신에,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