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수요 가세 경쟁률 수십대 일
올 들어 전셋값 상승의 여파로 수도권 경매시장에 나온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난을 피해 내 집을 장만하려는 세입자들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은 지난 1월 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8.7%로 지난달(85.1%)에 견줘 3.6%포인트 상승했다고 8일 밝혔다.
연립·다세대주택의 평균 응찰자 수도 5.4명으로 전달보다 1.3명 늘어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응찰자가 몰리다보니 감정가 이상으로 높게 낙찰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1월 수도권에서 낙찰된 다세대 가운데 36%는 낙찰가가 감정가를 웃돌아, 그 비율이 전달(29%)에 견줘 7%포인트 높아졌다.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였던 서울은 1월 낙찰된 91건 가운데 35건(39%)이 감정가를 초과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37%와 30%였다.
낙찰가와 경쟁률이 높았던 물건들은 대부분 뉴타운과 재개발 등 개발 호재가 있거나 역세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서울 서부지법에서 입찰에 붙여진 감정가 1억3000만원짜리 서울 마포구 당인동의 다세대주택(전용 24.4㎡)은 82명이 몰려 2억4385만원에 낙찰됐다. 6호선 상수역이 가깝고 주변은 상수 1, 2구역 재개발 사업지였다. 감정가 1억3000만원의 성북구 장위동 전용 59.7㎡ 다세대가구 역시 18명이 몰려 2억2120만원에 낙찰됐다. 성북·장위 뉴타운에 포함된 지역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이 오르면서 최근 1억~2억원의 전세금으로 경매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를 묻는 실수요자의 전화가 늘었다”며 “게다가 다세대주택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가 없는 탓에 투자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경쟁률이 수십대 일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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