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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난민’ 보호안 후보별 눈높이차 크다

등록 2017-05-02 17:40수정 2017-05-03 10:21

Weconomy | 대선공약 검증_세입자 대책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심, 10대공약에 모두 포함 유일
문, 단계도입…임대차 등록 우선
안, 도입 찬성하지만 세부안 없어
유 “신중 접근”…홍 “도입 반대”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19대 대선 후보 대부분은 최근 전월세 가격 급등 탓에 이사철마다 ‘전세 난민’이 되어 고통을 겪는 주택 세입자 보호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낸 ‘10대 공약’에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이런 내용을 넣었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4일 ‘주택정책 공약’ 발표에서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제도 개선에 찬성하고 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이전 정부에서 시장 부작용 등을 이유로 정부·여당이 반대했던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새 정부에선 현실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두 쟁점에 대한 구체적 입장이 적지 않은 온도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전월세 세입자 대책의 핵심으로 꼽혔던 두 제도의 조기 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 후보는 집주인에게 사회보험료 특례부과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자발적인 임대차 등록을 유도하는 게 우선이며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는 임기 내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현행 2년인 계약기간이 끝난 뒤 1회에 한해 재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전월세 상한제는 전월세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집주인과 세입자의 재계약 때 임대료 인상폭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문 후보는 집주인이 시·군·구에 임대차 계약 내용을 신고하는 ‘임대차 등록’이 이뤄지면 개별주택 임대료 등 전월세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지역별 표준임대료 공시 등 실효성 있는 세입자 보호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 후보는 주택 임대차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면서 동시에 1회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대 ‘3+3년’(6년) 계약기간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전월세 상한제의 인상폭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고 이른바 ‘깡통전세’를 방지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때 세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제도화하자는 파격적인 대안도 내놨다.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전세보증보험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이 취급하고 있으나 가입 자격이 까다롭고 수수료도 만만치 않아 서민들의 이용이 저조한 실정이다.

안 후보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구체적 방안이나 로드맵을 제시하진 않았다. 유 후보는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집주인의 재산권 침해가 없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제도 도입에 반대한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야권은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을 위해 수차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에 나섰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여당이 집주인에 대한 재산권 침해 소지와 함께 법 시행에 앞서 전월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빚어질 것이라는 학계의 추론을 내세우며 번번이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주요 정당들이 뜻을 모은다면 국회의 법 개정 논의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 때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전월세 상한제 조기 도입에 대해 다소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고 자유한국당이 도입 자체를 반대한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주택 세입자 보호와 전월세 가격 안정은 시급한 민생 과제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선 전월세 상한제 등 기존 틀에 얽매이기보다 좀더 포괄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임대차 관련법의 주무 부처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바꿔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법무부 관할이어서 국회 소관 상임위가 법제사법위원회인데, 이를 주택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로 넘기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임대차 정책은 건물주와 임차인의 권리를 비롯해 임대료, 권리금, 임대차 등록 등 다양한 실물경제 사안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선 경제부처인 국토부가 컨트롤타워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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