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들 방향 선회 움직임
보증공사가 분양가 제한하자
규제 우회해서 가격 높이기 의도
삼성동 ‘상아2차’ 전격 후분양 추진
반포·방배 단지들도 검토 들어가
조합이 금융비용 부담 져야하고
향후 부동산시장 예측도 어려워
자발적 후분양 확산될진 미지수
선분양 ‘로또 청약’ 해소엔 도움
보증공사가 분양가 제한하자
규제 우회해서 가격 높이기 의도
삼성동 ‘상아2차’ 전격 후분양 추진
반포·방배 단지들도 검토 들어가
조합이 금융비용 부담 져야하고
향후 부동산시장 예측도 어려워
자발적 후분양 확산될진 미지수
선분양 ‘로또 청약’ 해소엔 도움
최근 서울 강남권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을 후분양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래미안 라클래시) 조합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기 위한 분양가격 협의를 벌이던 중 돌연 후분양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다른 재건축 단지로 후분양이 확산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의 후분양 추진은 분양가를 둘러싼 주택도시보증공사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보증공사는 이 아파트에 대해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3.3㎡당 4569만원)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조합은 지난달 분양한 서초구 방배그랑자이(3.3㎡당 4687만원)보다 낮은 분양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다가 후분양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합으로선 주변 시세가 3.3㎡당 6천만원선이어서 후분양을 통해 시세에 가까운 분양가를 받는 편이 추가적인 이자비용(약 1800억원)을 고려해도 실익이 크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후분양제는 통상 아파트 건설 공정의 80% 이상을 마친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것으로 현행 제도상 사업주체는 선분양과 후분양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후분양을 하면 공사비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장래의 주택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분양 리스크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껏 주택 사업자 대부분은 선분양을 선호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의 주택분양 보증제도, 중도금 대출, 청약제도 등은 선분양 시스템에 맞춰져 있는 현실이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인 2004년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 한해 후분양 의무제가 도입되기도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경기 침체로 4년 만인 2008년에 폐지된 바 있다. 따라서 상아2차를 비롯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에 나선다면 이는 과거와는 양상이 다른 ‘분양가 규제를 피한 자발적 후분양’인 셈이다.
보증공사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대해 주택시장 안정과 보증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분양가 관리 심사기준’을 운영 중이며, 이달 24일부터는 좀더 강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현재 서울 전역과 과천, 광명·하남·성남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 등 34곳이며, 분양보증서 발급에 앞서 분양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증공사의 분양보증서가 없으면 지방자치단체의 분양승인에 문제가 생기고, 금융권의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분양가 통제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보증공사는 지금까지는 인근 지역에서 1년 이내 분양된 아파트가 있을 경우 직전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분양가를 제한했다. 만약 1년 이내 분양된 아파트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까지 인상을 허용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강북과 강남 일부 단지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분양가격이 심의를 통과하는 등 형평성 논란이 빚어졌고 보증공사는 3년 만에 심사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새 심사기준은 1년 이내 분양된 아파트가 없는 경우 직전 분양가의 최대 105%를 상한선으로 적용하고 준공된 아파트만 있을 때는 주변시세의 100%를 분양가 상한선으로 규제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보증공사가 새 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행 기준보다 분양가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강남권을 중심으로 후분양 단지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조합원 이주가 마무리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후분양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올해 하반기 이주가 시작될 서초구 반포 주공1·2·4주구(주택지구), 서울 서초구 방배13구역,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주구 등도 후분양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등포구 여의도동 옛 문화방송 터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는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일정을 잡지 못하고 후분양 검토에 들어갔다. 시행사인 신영은 이 아파트가 여의도에서 14년 만에 분양하는 고급 아파트임을 들어 3.3㎡당 평균 4천만원 이상의 분양가 책정을 계획했지만 새 기준을 적용하면 브라이튼 여의도의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준공아파트 평균시세인 3.3㎡당 3400만원선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만일 새 아파트 사업장들이 분양보증이 필요없는 후분양에 무더기로 나선다면 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는 기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후분양의 경우 2년여 뒤 분양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일반분양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을 조합이 부담해야 해 선택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처럼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후분양 쪽이 되레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고 이 경우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로부터 후분양 결정 동의를 받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강남권의 일부 초고가 새 아파트가 후분양을 하게 된다면 선분양에 따른 ‘로또 청약과열’ 현상 등 부작용을 줄인 것이어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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