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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공급 늘리면 집값 하락? 서울에선 안 먹히는 이유

등록 2020-05-14 05:00수정 2020-05-14 10:49

아파트 물량 확대론 뜯어보니

박근혜 정부 때보다 공급 많은데
서울 집값 현 정부 들어 40% 폭등
국토연 “서울은 수요 관리가 중요”

서울 주택 20%는 외지인이 구입
‘인서울’ 노린 투기수요 작동
“공급 증대와 집값 안정은 무관”

적정 가격 주택 늘리고
1~2인 가구 위한 공급 모델 필요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 직전,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가 8억2천만원으로 2017년 상반기 5억8천만원에 견줘 40% 올랐다는 부동산 업체의 발표로 떠들썩했다. 서울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관련 규제로 인한 ‘공급 부족’ 문제가 지목됐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라는 주문이 부동산 업계와 언론을 통해 쏟아졌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현미 장관에게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용산 미니신도시와 공공 재개발 등을 통해 서울 도심에 7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국토부의 ‘5·6 대책’은 이같은 ‘공급 부족 프레임’의 맥락에 있다. 정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쪽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공급 부족 프레임을 종식시키자는 의미로 도심 공급 대책을 발표한 것으로 안다”며 “민간 말고 공공에서도 아파트 공급 여력이 있으며 실수요자 중심의 아파트 공급은 충분하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는 ‘공급 부족 프레임’은 대체 무엇일까. 정말 서울 아파트값 폭등 문제는 공급 부족의 탓일까.

①문재인 정부 때 주택 가격 상승, 공급 부족 탓?

<한겨레>가 국토부 자료로 서울의 연평균 주택 공급 물량을 분석해보니, 문재인 정부 시기 서울의 주택 공급(아파트+비아파트)은 연평균 7만4570호로 박근혜 정부(7만3604호) 때보다 더 많았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문재인 정부(3만9734호)가 박근혜 정부(3만2268호)의 1.23배였다.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발생한 가격 상승이 아니란 얘기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2010년~2019년 데이터로 분석해보니, 전국 단위 부동산 시장은 공급에 영향을 받지만, 서울은 공급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수요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의 <중장기 부동산 시장 전망과 안정적 시장 관리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를 보면, 서울 부동산 시장은 주택 공급(준공 물량)과는 무관했고 주택 수요(매매거래량)가 늘어날 때 변동성이 커졌다. 박 센터장은 “서울은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내린다’는 상식에 맞지 않는 특수한 곳으로, 적절한 수요 관리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가 완화를 요구하는 각종 규제가 바로 ‘수요 관리 정책’이다.

②서울 아파트 수요에 투기수요까지 포함?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관계자는 “서울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곳”이라고 했다. 공급되면 그만큼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상승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노무현 정부 시기를 보면 아파트 공급(4만3541호)은 최근 15년 사이 가장 많았다. 2005년 주택 공급(5만8545호)에서 아파트(5만982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달했다. 비교적 가격이 안정됐던 박근혜 정부 때 아파트 공급 비중은 44%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의 아파트 공급 비중은 2017년 42%에서 2018년 56%, 2019년 61%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왜 서울의 주택 공급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는 것일까. ‘인서울 아파트’를 노리는 투기수요 때문이다.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관계자는 “저희는 서울시 안에 있는 인구를 기반으로 수요를 추정하고 필요 공급량을 정하는데, 서울 안에서 통상 주택을 100개 공급하면, 평균 20개는 외지인이 사 버린다”며 “그렇다고 서울시 주택 수요를 산정할 때 외지인 투기 수요까지 감안해서 120% 공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2019년 1월~2020년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자료를 보면, 거래자 중 외지인(타 시·도) 비중은 평균 21.7%였다. 아파트값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에는 26.1%까지 올랐다. 2019년 3월에는 강남구의 외지인 비중이 40.5%에 달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는 “강남 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강남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건 서울 서민들의 주택 가격 안정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강남 신축 아파트는 오히려 서울 평균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고, 주변 아파트 시세까지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③누구를 위한 공급이 부족하냐?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공급 부족 프레임’은 공공의 주택 공급 정책을 ‘고가 아파트 공급’으로 축소·왜곡할 우려가 있다. 김 교수는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소득이 낮은 사람들도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의 주택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한데, 이런 부분이 간과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도 “무조건 공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공급을 할 것인지 ‘공급의 디테일’이 필요하다”며 “부담 가능한 수준의 적정 주택 가격을 산출하는 것 역시 정부가 공급 계획을 짤 때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3~4인 규모의 ‘기혼 유자녀 가구’ 위주 공급 대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인 가구 비중은 2017년 55.2%에서 2047년에는 72.2%로 크게 늘어난다. 부동산 업계가 주로 아파트만으로 주택 공급을 예측하는 것과 달리 정부가 오피스텔을 포함해 주택 공급을 예측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국토부는 5·6 대책 당시 오피스텔을 포함하면 서울의 2020~2022년 주택 공급은 지난 10년 대비 8.4% 증가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소득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주거 양극화를 부른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공공임대 수요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소득에 기반한 주택 규모나 임대료 추정 등 새로운 공급 모델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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