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은마아파트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 공급 대책에 용적률 완화를 통한 도심 고밀 개발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참에 민간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재건축 예정 단지 대다수가 3040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노른자 입지라 공급 대책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규제완화를 한다면 이들 조합이 적극적으로 공공분양 같은 공공 기여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일부 언론은 현금·주택 기부채납을 약정한 재건축 조합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공급 물량을 2.5~3배 상향하는 방안이 공급 대책에 담길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도시 규제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냈으나, 부동산 시장에서는 용적률 상향 등 민간 재건축 규제완화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에 재건축 단지들은 용도지역을 변경(종상향)해 용적률을 높여왔다. 둔촌 주공은 2종일반주거지역인데 일부를 3종으로 종상향한 뒤 용적률을 273%까지 높였다. 만년 재건축 예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3종이라 용적률 250%를 적용받지만, 준주거로 종상향해 400%까지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50%→400%로 상향이 이뤄지면 같은 땅에 1.6배 많은 주택이 공급돼 그만큼 조합원 수익이 늘어난다. 지난해 12월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3단지가 2종에서 3종으로 종상향되면서 용적률이 200%→250%로 늘어나자 집값이 들썩이기도 했다.
용산정비창 등 신규 부지 공급 물량의 경우에도 종상향을 통한 공급 물량 확대 주장이 나오지만, 집값 상승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용산정비창 8000호 공급 계획은 3종일반주거지역(250%)과 준주거지역(400%) 지정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상업지역(1000%)으로 올릴 경우, 2.5배가 넘는 공급이 가능하다. 다만 공공이 주도하는 3기 신도시 용적률을 기존 180%에서 상향하는 것은 확실시된다. 법정 최고한도는 220%다. 1기 신도시(198%), 2기 신도시(179%)는 200% 아래였다.
용적률 완화 논의 과정에서 서울시가 지켜온 ‘35층 룰’도 흔들리고 있다. ‘35층 룰’은 아파트의 층고제한 규정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초고층 재건축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이명박 정부 때 대폭 완화됐다. 이후 서울시는 법정 도시계획안인 ‘2030서울플랜’을 통해 ‘35층 룰’을 다시 정립했고, 2017년엔 은마아파트의 49층 재건축 계획을 반려하기도 했다. 공급 대책 관련 전망들이 주로 재건축 규제 완화에 치우쳐 있고 은마아파트나 송파구 잠실 쪽 재건축 단지들이 최대 수혜자로 거론되는 것은 수년 동안 이어져온 초고층 재건축 요구가 본격화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 대책은 공공임대·공공분양 등 공공주택 공급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부 민간 재건축을 촉진하는 대책이 포함되더라도 공공주택 공급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 개념을 중산층 임대 형태로 확장시키거나 이들이 기부채납하는 주택을 공공분양으로 돌릴 수 있도록 공공 기여 모델을 만들면 민간 재건축에서도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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