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자리를 지켜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끝내 교체한 것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과 부정적 여론이 임계치를 넘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차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급등한데다 최근엔 전세난까지 더해지자,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여권 내부에서도 인적 쇄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김 장관은 2017년 6월23일 취임한 뒤 3년 반가량 재임하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그는 2017년 이후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갭투자 규제(6·17 대책), 종합부동산세 및 취득세 강화(7·10 대책),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집값 급등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찾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김 장관은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고, 여당 내부에서도 ‘경질론’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는 교체 배경에 대해 문책이나 경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년 멤버이고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며 “새로운 정책 변화의 수요를 고려해 현장감 있는 정책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4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왼쪽부터) 행안부 전해철 장관 내정자, 국토부 변창흠 장관 내정자, 복지부 권덕철 장관 내정자, 여가부 정영애 장관 내정자. 그래픽_진보람
김 장관 교체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조 변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변 후보자는 2014년 11월에서 2017년 11월까지 3년 동안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서울 공공주택 공급을 담당했다. 당시 서울연구원 원장이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하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의 초석을 닦았다. 김수현 전 실장과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연구원의 전신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어 현 정부 주택 정책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연구원 근무 시절 현재 서울 마포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상암디엠시) 지원연구팀장으로 있으면서 상암디엠시 지구계획수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즉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으로 뭇매를 맞으며 체력을 소진한 ‘선발투수’를 대신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127만호 공급 계획(8·4 대책)과 전세 대책(11·19 대책)과 같은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구원투수’로 변 사장을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김현미 장관 교체를 외쳤던 야당은 이젠 변 후보자가 ‘김수현 사단’임을 들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한겨레>에 “국민은 김수현 사단이 아닌 새 아이디어와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답습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비구름이 지나가니 우박이 쏟아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는 논평을 내놨다.
진명선 김미나 기자
tor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