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23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사업자의 기존 세입자 임대료 인상과 관련해 법원이 국토교통부와 법무부의 유권해석을 뒤집는 판단을 내놨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임대사업자 및 임차인들이 동요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명시된 ‘판결’이 아닌 당사자간 합의에 따른 ‘조정’인데다, 내용적으로도 기존 유권해석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쪽 입장이다.
♣️H4s①법원이 뒤집었다?♣️]=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나온 임대사업자 임대료 증액과 관련된 판단은 ‘민사소송’에 의한 ‘판결’이 아닌 ‘민사조정’에 따른 ‘조정’이다. 이번에 보도된 사건과 관련해 임대사업자를 대리한 김성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자산)는 “민사소송은 기간이 6개월에서 10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3개월 이내에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민사조정은 법원의 판결을 구하는 절차와는 다른 것으로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가 판결에 견줘 간단한 절차에 따라 분쟁 당사자들로부터 각자의 주장을 듣고 양보와 타협의 지점을 찾아 조정하는 일을 가리킨다. 이때문에 민사조정 결과는 판사의 사법적 판단에 따라 승소와 패소가 갈리는 민사소송 ‘판결’에 견줄 수 없다고 본다. 이날 국토부와 법무부 역시 “법원의 조정은 당사자의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므로 법원의 조정 결정이 사법부의 법리적 해석에 따른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 법원이 정부의 유권해석을 뒤집었다거나 배치되는 판단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다만 임대사업자를 대리한 김 변호사는 “판결과는 다른 형식이지만 원만하게 조정에 이르면 재판상의 화해 즉, 확정판결의 효력이 생기므로 판결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H4s②정부 유권해석과 배치?♣️]=보도된 사건은 임대사업자 ㄱ씨가 2018년 12월 임대료 5억원에 체결한 임대차 계약을 2년 뒤인 지난해 12월 8억원으로 대폭 인상하자, 임차인 ㄴ씨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갱신 계약’은 5% 이상 증액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민사조정에 들어간 사건이다.
하지만 조정 결과에서는 임차인이 임대료 증액에 ‘5% 룰’을 적용받을 수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임대료 증액을 5%로 묶는 데 사용하지 않고 임대의무기간이 끝난 뒤에 임대기간을 2년 더 늘리는 쪽으로 갱신요구권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임대사업자 쪽 김 변호사는 “임대사업자는 시세에 맞는 임대료를 받고 싶어했고, 임차인은 이번에 시세에 준하는 금액으로 올려주되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된 때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여 최장 10년까지 살 수 있는 임대 기간을 중요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갱신요구권 행사를 다음 계약으로 유보해 2년을 추가로 확보하는 대신, 5%가 넘는 임대료 증액에 합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지난해 7월31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5% 룰이 적용된다는 것이었다”며 “임차인이 갱신요구권 행사를 나중으로 유보한 결과로 나온 조정이라면 정부의 유권해석과 배치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쪽에선 유권해석과 배치되느냐 마느냐 보다 2019년 10월23일 이전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이 조정을 통해 ‘5% 룰’을 벗어난 임대료 증액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5% 증액 제한은 강행 규정이 아니라 조정 결과를 통해 양 당사자가 합의를 하고 이를 통해 임대료가 5% 초과하여 증액되더라도 무효가 아니라는 사실을 법원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는 모든 임대사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라 2019년 10월23일 이전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일부 임대사업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며 “모든 임대사업자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H4s③왜 이렇게 논란이 됐나?♣️]=이번 조정이 2019년 10월23일 이전 임대사업자에 국한된 일이라는 김 변호사의 말은 무슨 뜻일까. 임대사업자를 규율하는 민간임대특별법은 2019년 10월24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할 때 임대차 관계가 있었다면, 해당 임차인과 재계약할 때부터 임대료를 5% 이상 증액할 수 없도록 했다. 문제는 이같은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 10월23일 이전 등록한 임대사업자와 그 임차인이다. 이들에게는 개정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임대사업자들은 임대료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 속 임대사업자 ㄱ씨도 2019년 1월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기 때문에 개정안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7월31일부터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2019년 10월23일 이전에 등록한 임대사업자들도 임차인이 요구할 경우 5% 증액 제한을 받게 된 것이다. 시행 초기 민특법이 먼저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먼저냐를 두고 혼란이 빚어지자, 국토부와 법무부는 유권해석을 통해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 상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5%룰이 적용된다’고 못박았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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