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주거사회단체가 공공임대 주택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내놓은 2·4 도심 공급 대책과 관련해 건설단체가 환영의 메시지를 내놓는 등 시장에선 일부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면 자가 구입이 어려운 무주택 세입자를 위한 공공임대 물량이 20~30% 수준으로 부족하고, 200만호에 가까운 물량을 속도전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세입자 등 약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4일 정부는 이날 발표된 도심 공급 대책 물량 83만6천호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200만호 이상의 신규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3기 신도시 30만4천호, 수도권에 중소 규모 공공택지 41만3천호 등 지난 8·4 대책 때 확정된 127만호와 11·19 전세대책 7만5천호를 합친 것에서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등 중복 물량 12만7천호를 뺀 것이다. 특히 이번 83만6천호의 경우 공공이 사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민간 건설사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소식에 16개 주택·건설업 단체가 모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지금까지의 주택 공급 체계를 극복했다”며 “주택 공급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반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어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고점에서 막차를 타려는 주택 실수요자들을 달래 대기수요로 돌리는 것이어서 전세 수요를 더욱 부추기고 서울과 수도권 도시들을 대대적으로 투기시장화할 수 있다”며 “또한 주택난을 겪는 가구들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로또 분양’ 주택만 공급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공급 물량이 계획돼 있는데 추가로 공급 계획이 나오면서 서울 전역이 ‘공사판’이 돼 주거 약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전면 철거 방식의 개발은 주민 삶에 굉장히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 주거권의 원칙”이라며 “공급의 신속성을 위해 속도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약자들이 용산 참사 등으로 희생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도심 역세권 등을 공공택지로 지정해 개발하는 방식에 대해 “역세권 개발이라고 하는 게 결국은 주거와 상업을 결합한 복합용도 개발”이라며 “미국 맨해튼 같은 고급 도시들은 괜찮지만, 현재 서울에서 다양한 계층이 모여 사는 지역을 그렇게 개발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이해관계 충돌이나 갈등 문제가 그리 쉽게 풀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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