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3기 새도시 중 하남·안산·과천·용인 1만3천호
소득·자산·나이 안 따지고 무주택자 누구나에게”
기본주택 법적 근거 명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발의
현실 가능성 의문이던 전문가들도 “성공 가능성 높다”
소득·자산·나이 안 따지고 무주택자 누구나에게”
기본주택 법적 근거 명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 발의
현실 가능성 의문이던 전문가들도 “성공 가능성 높다”
최근 무주택자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의 법적 근거를 명시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관심을 끌고 있다. 기본주택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책 구상인 기본소득, 기본대출과 함께 ‘기본 시리즈’의 한 축을 이루는 것으로, 지난해 7월 경기도 산하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수도권 3기 새도시를 중심으로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새로운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소득과 자산 등 까다로운 입주자격 제한을 두지 않아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고, 수요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부담 가능한 임대료를 지불하면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본주택은 30년 이상 임대하는 ‘장기임대형’과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주택)만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형’으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최근 한국주택학회 등 학계의 연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입법화에 나서면서, 기본주택 공급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정부가 최근 공공임대 유형통합과 중형임대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질 좋은 평생주택’ 개념으로 공공임대의 질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기본주택의 도입 타당성, 지속 가능성 등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25일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무주택자의 보편적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을 도입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개정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 등의 공공주택사업자가 기존 공공임대주택 공급 외에도 소득이나 자산, 나이에 상관없이 무주택자면 누구나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을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공공주택지구에서 공공주택 건설 비율을 50%에서 60%로 높이고, 중앙정부·주택도시기금·공공주택사업자 등이 출자해 만든 장기임대비축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은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이 도입되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취약계층 복지 차원에서 제공됐던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보편적 주거서비스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주택은 보편적 주거서비스 확대라는 취지에 따라 무주택자 일반에게 입주 기회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공공임대가 주택 유형에 따라 무주택자 가운데서도 소득, 자산, 나이(신혼부부, 청년 등) 제한을 엄격하게 두고 있는 데 반해 기본주택은 입주를 원하는 중산층도 부담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득 계층이 한 공동주택 단지에 어울려 사는 이른바 ‘소셜믹스’를 지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임대기간은 최소 30년 이상 장기로 설정해,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지만 임대기간이 8년으로 짧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는 차별화했다.
임대료 수준은 현재 행복주택·국민임대주택(시세의 60~80%)과 중산층도 입주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시세의 90~95%)의 중간 수준이다. 가구원 수별 중위소득의 20% 이내에서 월 임대료를 책정하고 임대보증금은 월 임대료의 50배(1~2명)~100배(3명 이상)로 공공사업자의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4인 가구가 전용면적 74㎡ 기본주택에 입주한 경우에는 4인 가구 중위소득인 487만6290원(2020년 기준)의 20%인 97만5258원이 월 임대료의 한도가 된다. 최근 지규현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디지털건축도시공학과)가 ‘지속 가능한 기본주택 사업구조와 정부의 역할’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분석한 기본주택 임대료 수준을 보면, 3기 새도시 역세권 등 A급지에서 공급하는 전용면적 74㎡의 실질 임대료는 월 69만원선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4인 가구 중위소득의 20%(97만5258만원)보다 28만8천원가량 낮은 금액으로, 입주자가 충분히 지불가능한 임대료 수준이라는 게 지 교수의 분석이다.
경기도는 법제화 이전이지만 벌써 기본주택 공급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3기 새도시 예정지 가운데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하남 교산지구(3만2천호·공사 지분 30%)를 비롯해 안산 장상(1만3천호·20%), 과천(7천호·45%)과 더불어 용인 플랫폼시티(1만1천가구·100%) 등에 기본주택을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공사 지분의 50%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으로, 이들 지구에서 공사 쪽 지분을 고려하면 경기도 기본주택은 최소 1만3천호가량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경기 광교 새도시에 기본주택 홍보관을 열고 도민을 대상으로 기본주택 취지와 공급계획 등 정책 홍보에도 나섰다.
그러나 기본주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기도가 지난해 기본주택 구상을 밝히면서 역세권 등 핵심지역에 임대주택 용지 공급 및 용적률 500% 상향,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 1%로 인하 등을 중앙정부에 요청한 것은 이런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본주택 유형을 신설하는 것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만으로도 가능하지만, 기본주택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대량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주택도시기금 저리 지원, 장기임대비축리츠의 기본주택 보유 등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기본주택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올해부터 정부가 본격 추진하기로 한 통합형 공공임대인 ‘질 좋은 평생주택’에 방점을 두면서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해 ‘11·19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에서 밝힌 평생주택은 입주계층이 차별화된 기존 공공임대를 유형통합하는 한편 입주자 소득 제한은 중위소득의 150%(4인 가구 기준 월 712만원) 이하로 확대해 일부 중산층한테도 개방한 게 특징이다. 또 기존 전용면적 60~85㎡ 중형임대를 2025년까지 6만3천호를 짓기로 했으며, 2025년 이후에도 연간 2만호씩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구원 수별로 입주 가능한 주택 면적을 늘리기로 한 것도 달라진 점이다. 2인 가구도 방 2~3개인 전용면적 51~60㎡ 규모에 입주가 가능하며, 3~4인 가구는 61~85㎡ 규모를 선택할 수 있다. 평생주택 가운데 중형임대주택은 일부 중산층의 입주가 허용된다는 점에서 기본주택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경기도의 기본주택 공급계획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학계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 확충이 더 필요한 실정에서 고소득 계층이 입주하는 주택에까지 정부가 지원을 늘리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평가한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정부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공공임대의 질적 확장을 꾀하기로 했고 기본주택의 법제화까지 논의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평생주택이든 기본주택이든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무주택자를 위한 보편적인 주거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조금씩 공감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치인 8%에 가까워지면서 이제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수준 향상’으로 임대주택 정책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부)는 “다양한 계층이 오랫동안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소셜믹스 구현 등 보편적 주거서비스 확대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일부 고소득자를 제외한 무주택자면 누구나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본주택은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지속가능한 모델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 시동 걸린 기본주택 법제화 논의
■ 국토부는 평생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
■ 보편적 주거서비스 공감대 확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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