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강명구(26)씨 부부.
“저는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농사지으려고 농수산대학교도 다녀왔는데 농사를 지으려고 하니까 에스케이가 들어온다고 해서….”
지난달 24일 찾은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에서는 반도체 공장에 딸기농장을 내주게 된 90년대생 농업인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남편 강명구(26)씨는 농수산대학교 채소과를 다니다 화훼과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쌍둥이 농장’을 물려받기 위해 고향에 정착했다. 지난해에는 용인시청으로부터 ‘영농후계자’(후계영농경영인)로 선정돼 농기계 임대 등 농업인 혜택도 받았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전 봄철이면 관광버스를 대절해 딸기농장을 찾던 어린이집, 유치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긴 상태였지만, 젊은 부부는 반도체 공장 앞에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딸기 사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어 더 답답해했다. “여기 위치도 좋은데, 이 위치 그대로 다른 땅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공익사업으로 강제수용이 가능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할 때 농업진흥지역 편입을 최소화하되 불가피할 경우 지역 내 농업인들에 대한 대체농지 확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만난 원삼면 농업진흥지역 내 농민들은 평생 천직으로 알아온 농업을 중단하게 되는 데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정부가 농업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하는 ‘후계영농경영인’ 제도는 대규모 개발사업 앞에 무력한 상태였다. 인근 계획관리지역이 있는데도 원삼면 독성리 농업진흥지역을 포함해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계획을 세운 용인시청은 부지 확정 발표(2019년 3월29일) 2년이 지나도록 후계영농경영인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계획관리지역은 국토계획법이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계획적이고 단계적인 개발을 위해 정한 지역으로 농업진흥지역이나 개발제한구역보다 개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인식된다.
용인시청 관계자는 “인근 계획관리지역을 검토하긴 했는데 그쪽은 초고압 송전탑이 지나가기 때문에 어렵고, 인근 임야를 훼손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현재 입지로 정했다”며 “후계영농경영인 규모 파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수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진흥지역과 같은 우량농지는 개발용지에 안 들어가도록 하고, 들어갈 경우 계속 농업을 할 수 있도록 대체농지를 마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할 경우 대체농지를 마련하도록 한 농지법의 조항은 2008년 폐지됐다.
용인/글·사진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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