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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가세한 GTX-D 연장, 장기적으론 필요하지만…

등록 2021-05-21 05:00수정 2021-05-24 13:46

GTX-D 공방 한달째

수도권 동서 연결 난제 많아
김포-하남 연결 길게는 필요
50㎞ 건설 비용도 엄청나 부담
전문가 “시안 변경 나쁜 선례”

연장해도 당장 교통난 못 풀어
GTX-B 최근에야 예타 통과
D노선 개통까지 10년 이상
“연장하면 부동산값 먼저 올라”
광역급행버스 제안조차 안돼
경기 김포·부천·하남·서울 강동구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동으로 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정부에 촉구한 20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도로에 GTX-D 노선 관련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경기 김포·부천·하남·서울 강동구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동으로 광역급행철도(GTX) 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정부에 촉구한 20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도로에 GTX-D 노선 관련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시안 공개 이후 김포 지역사회에서 시작된 김포-부천 연결 ‘지티엑스-디(GTX-D) 논란’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들이 ‘지티엑스 민심’에 화답하면서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4·7 재보선을 앞두고 졸속으로 처리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이 연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수도권 동서를 잇는 추가 지티엑스 노선은 장기적으로 필요하지만 정치권의 입김으로 지금 당장 시안이 수정되는 것은 ‘나쁜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 입을 모은다.

 이낙연 전화 한 통에 강남 직결 검토?

지난 17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출퇴근 시간대 혼잡도 285%(100명 정원에 258명 탑승)라는 김포골드라인을 실제로 탑승한 자리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것으로는 안 된다”, “개선 여지가 있는 것이냐”, “쉽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시안에 포함된 ‘김포부천선’ 말고 김포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강남 직결안’의 수용을 촉구한 것이다. 국가 주도로 철도나 도로망을 구축하는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탈락한 지역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처럼 지역구 의원도 아닌 유력 정치인이 직접 해당 사안에 관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미 정부는 흔들리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김포골드라인 탑승 일정을 예고한 16일 국토부에서는 ‘부천 환승 없이 김포-용산 직결’ 방안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흘러나왔고, 강남 직결에 대해서도 “논의를 계속 하겠다”며 6월6월 확정고시 일정 연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최근 국토부 공무원이 김포 시민과의 민원 전화 과정에서 “창릉역은 위에서 툭 떨어졌다”고 답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정부 교통정책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김포의 한 30대 주민은 “용산 직결이 보장만 된다면 좋겠는데 믿을 수가 없으니 더 세게 강남 직결에 5호선 연장까지 요구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창릉역도 결국 여당 정치인이 꽂은 거라는 의심이 들고 이낙연이 보여주기를 하든 말든 유력 정치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과)는 “지티엑스-디 노선은 공공의 필요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를 지역이기주의로 단순히 폄하할 수는 없다”면서도 “광역교통망은 국가적 대계이고 장기 로드맵이 필요한 일인데 최근 가덕도가 그랬던 것처럼 정치권 움직임에 갑자기 용산 직결, 강남 직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티엑스-디 노선 필요하지만, 10년 단위 계획에 못 담아

전문가들은 수도권 동서를 잇는 지티엑스-디 노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포 쪽 교통 혼잡 뿐만 아니라 서울 남부 쪽 2호선 혼잡 문제는 서울의 오랜 과제였으나 ‘강남 집중’ 우려를 해소하지 못해 교착 상태였다. 실제 서울시는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오류동-신림-사당-교대-강남을 지나 2호선 잠실역을 종점으로 하는 ‘남부광역급행철도’ 계획을 2013년에 수립한 바 있다. 김정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티엑스-비(GTX-B) 노선 경유를 청량리로 할지 삼성으로 할지 격론이 붙었고 그게 청량리로 결정된 이후에 이미 강남권으로 빠지는 지티엑스-디 노선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2호선이 너무 혼잡하기 때문에 지티엑스-디 노선은 남부순환선이라는 이름으로 옛날부터 검토가 됐었고 그런 차원에서보면 언젠가는 되는 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10년 단위 계획인데 지티엑스-디처럼 50㎞가 넘는 노선을 10년 동안 전 구간을 다 한다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예산 문제 등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과거처럼 20년 단위 장기계획이 있었다면 큰 틀에서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김포, 부천, 하남을 가는 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이견이 없다”며 “서울 남부 구간에 대해서는 테헤란로 라인으로 올리자는 쪽이 있고 강남 집중 문제가 있으니 소외지역인 독산이나 사당, 과천, 양재를 연결하자는 쪽도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전문가들이 논의해야 지역이기주의를 탈피한 교통정책이 가능하지 힘있는 사람이 노선을 결정하면 수도권 내에서도 형평성이나 균형성이 다 무너진다”며 “이렇게 된 마당에 대선 국면에서 광역철도망과 관련된 공론화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지티엑스 정치’ 최대 수혜는 부동산 가진 사람

지티엑스-디 노선이 이번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때 반영된다고 해서 김포의 교통지옥 문제가 당장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실제 지티엑스-에이(A)·비(B)·시(C) 노선은 2011년 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처음 제안됐으나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에이 노선의 개통 시점이 2024년~2026년으로 점쳐진다. 시 노선은 2018년 11월, 비 노선은 2019년 8월에야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겨우 통과했다. 비 노선의 경우 2014년 첫 예타에서 경제적 타당성(비용 대비 편익 B/C)이 0.33으로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으나 이후 열차를 8량에서 6량으로 줄이고 문재인 정부 들어 3기 새도시 계획이 추가되면서 겨우 1을 넘겼다. 지티엑스-디 역시 이번에 반영이 된다 해도 사실상 개통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티엑스-디를 하든 남부광역급행철도를 하든 수요자가 혜택을 받으려면 10년 이상 걸린다”며 “‘강남 직결’이 부동산 가격에 선반영되면 혜택을 누리는 것은 부동산 가진 사람 뿐”이라고 말했다.

당장 김포 지역 대중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전무한 것도 문제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생기기 전에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광역교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합 형태로 꾸렸던 ‘수도권교통본부’는 2015년 김포·고양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과 광화문 및 강남 구간 대중교통 연계 체계 확보를 위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에 광역간선급행버스(BRT) 노선을 신설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최근 나온 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 시행계획에도 김포를 연결하는 광역비아르티 계획은 반영되지 않았다. 김포시 관계자는 “2019년 수요조사를 통해 광역비아르티 제안을 했고 이번에 4차 시행계획 때 행주대교~당산역이 반영됐다”며 “김포시 구간이 제외된 것은 공청회 시안 공개 이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광위가 생기고 광역철도 투자가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것이 수도권 집값을 상당히 자극한 게 사실”이라며 “광역버스는 광역철도보다 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자가용 운전 수요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효율적인데 철도에 견줘 인기가 있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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