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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주택의 38%는 전월세 신고 안해도 돼…예견된 ‘사각지대’

등록 2021-05-31 16:45수정 2021-06-01 02:41

6얼1일부터 주택임대차신고제 시행
주거안정 위해 보완해야할 사각지대
주택 임대차 신고제, 즉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세종시의 한 주민센터에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주택 임대차 신고제, 즉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세종시의 한 주민센터에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6월1일 시행되는 주택임대차신고제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까. 시민사회에서는 임대차신고제의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임차인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를 메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6천만원 이하, 30만원 이하는 신고 안해도 되나
지난 26일 주거권네트워크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주거 관련 시민단체와 진성준·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임대차신고제 도입과 남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다수의 토론자들은 임대차신고제가 지역 기준(도 지역의 군 지역 제외)과 금액 기준(보증금 6천만원 이하, 월세 30만원 이하 제외)을 두고 일부 임대차 계약을 신고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특히 30만원 이하의 저가 월세의 경우 임차인의 신고 능력이 낮아 자칫 과태료 부과 등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윤성진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이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규제영향분석서’를 살펴본 결과, 보증금 6천만원과 월세 30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주택 61.9%만이 신고 대상이 되며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는 87.1%가 해당되는 반면 단독주택은 20.0%, 판자집 20.7% 고시원 30.9%만이 신고 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비주택, 고시원 등 상대적으로 임차인·임대인 간 정보 격차가 큰 거래가 배제되는 것”이라며 “임대차신고제의 기대효과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에 대한 혼란 감소, 전월세상한제 시행에 대한 모니터링, 임대차 시장 관리 강화, 임차인의 정보 확대, 임대차 정책 개선 등에서 제외되어도 되는 주택은 없다”고 밝혔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취약계층의 임대차 정보를 더 세밀히 다루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운영계획은 주거약자를 오히려 더 취약한 여건으로 방치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까 우려스럽다”며 “임대차시장 내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차별적으로 수집하거나 제공 및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박정혁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공동대표도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주거비 정책이 있듯이 저렴한 주택을 소유한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어 안정적인 가격에 사람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모든 전월세 거래를 신고토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리비도 주거비인데 왜 신고 대상이 아닌가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 파악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신고제의 신고 항목이 목적 달성에 적합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주거상담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주거 관련 이슈로 △관리비 △위반건축물 △주거환경을 예로 들면서 현재 임대차신고제 신고 항목으로는 이런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세대·연립이나 다가구 주택 등 빌라 임대차 계약의 경우 임대인에 따라 관리비를 사실상 월세화하는 사례가 많은데, ‘관리비’ 신고항목이 없는 현행 임대차신고제에서는 이런 주거문제가 포착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단속은커녕 양산되고 있는 위반건축물” 문제나 “건축물대장 및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로는 확인할 수 없는 곰팡이·누수·보일러 등 주거 환경 여건에 대한 정보” 등도 임대차신고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임대차신고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면서도 “임대차시장에서 세입자가 겪고 있는 주거여건을 양적·질적 측면에서 보다 세밀히 파악하는 근거로 작동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임대차 신고 항목 중 가장 중요한 정보는 임대료 정보와 계약기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와 관련된 것으로 주거환경 관련 정보는 주소와 주택유형, 임대면적, 방의 수 등 거의 최소한의 정보 뿐이다.

깡통전세 위험 파악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해야
임차인·임대인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에게 신고 책임이 있는 항목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는 “대출, 범죄 예방 설계 여부, 거주자 수에 따른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 각종 조세와 부담금, 과태료 등 정보 공개 범위도 넓혀야 한다”며 “특히 시세 파악이 어려운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다세대·연립에서 보증금 반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주택가격, 선순위 임대차계약 내용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임대차신고제를 향후 ‘등록 의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민간임대특별법에 따른 ‘자발적 등록제’를 ‘등록 의무제’로 전환하면서 과도한 특혜를 조정할 수 있다”며 “등록 의무제를 통해 지자체가 일정한 기간마다 주택 상태, 임대차계약 내용 등을 점검한다면 임차인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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