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2년째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외치고 있다.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도 추임새를 넣는다. 산업 재편 과정에서 불거지는 대·중소기업 간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선 보다 중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언뜻 넓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기구를 사실상 산하에 두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는 ‘통상 마찰’을 우려하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동반성장위의 분리·독립을 뼈대로 한 법안 2개가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하나는 지난 10일 김정재(대표 발의) 등 국민의 힘 소속 의원 14명이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상생협력법) 개정안이다. 또다른 법안은 지난 4월 이동주(대표 발의)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내놓은 같은 법 개정안이다. 뼈대는 동반성장위를 현재 중기부 산하 기구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하 협력재단)에서 떼어내 기능을 강화하고,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같다. 사실상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셈이다.
두 법안은 모두 현 제도가 동반성장위의 독립적 기능을 가로막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실제 현행 상생협력법(제20조의2)은 동반성장위를 중기부 산하 협력재단 안에 두도록 하고 있는 터라, 동반성장위의 활동은 중기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규 사업 추진과 결정 내용 공표 때마다 협력재단 사무총장의 결재와 중기부 승인이 필요해서다. 우여곡절끝에 동반성장위가 ‘결론’을 내더라도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던 까닭이다.
운영비 조달 방식을 문제삼는 것도 두 법안 모두 같다. 동반성장위는 2010년 출범 이후 운영비를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홈앤쇼핑 출연금과 대기업 기부금에 기대왔다. 정부기구로 인식돼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운영비 지원을 꺼려서다. 이런 구조는 대·중소기업 간 첨예한 갈등 사안을 조정·중재해야 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동반성장위를 대기업 편향 시비에 휘말리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두 개정안은 정부의 예산 지원 근거 조항을 담았다. 유수열 동반위 홍보팀장은 “그동안 받은 출연금과 기부금 180여억원 가운데 160여억원이 대기업 쪽 자금”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다 신생 재벌로도 불리는 빅테크의 등장과 산업 재편에 따라 동반성장위가 할 일이 크게 늘 것이라는 예상도 ‘정부로부터의 독립과 기능 확대’ 주장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권기홍 위원장은 지난 2018년 2월 취임 후 기회 있을 때마다 “대기업과 중소상공인 간 갈등 뿐만 아니라 플랫폼 산업의 빠른 성장에 따른 산업구조의 급격한 재편 등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현재로선 이를 조율·중재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말해왔다.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 로톡-변호사협회 온라인 변호사 상담 관련 법적 분쟁, 딥아이-안경사협회의 안경 온라인 판매 갈등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터라 내색은 못하지만 속내는 불편하다. 중기부 얘기다. 중기부는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운다. 중기부는 이동주 의원실에 보낸 검토의견에서 “동반위의 별도 법인 설립이 법률에 명시되면 정부기구로 간주될 소지가 높아 통상마찰 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이유로 정부 예산 지원을 법률에 담는 것도 중기부는 반대한다.
동반성장위는 중기부의 이런 의견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경제단체 쪽 출연금과 기업 기부금이 완전히 끊겨 운영비 조달 방법이 막막해졌다. 중립성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보는 측면도 있다. 비정부기구(NGO) 등 공익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도 정부기구로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동반성장위원회는 무슨 일 하는 곳?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1월 민간 합의기구로 공식 출범했다. 기업 간 사회적 갈등 문제를 발굴·논의해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 확산의 구심체 구실을 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초대 위원장은 정운찬 전 총리가 맡았다. 주요 업무는 동반성장지수의 산정 및 공표,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합의 도출 및 공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추천, 기타 민간부문 동반성장 추진 관련 동반성장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이다.
위원장과 위원 29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대기업(9명)·중견기업(1명)·중소기업(10명)·학계(9명) 인사들로 짜여져 있다. 사무국은 운영국(2부·2팀)과 적합업종지원실(2부)에 각각 21명씩 총 42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올해 동반성장위 예산은 107억1천만원이다. 적합업종·지수평가 등 중기부 위탁사업 국고 예산 79억6천만원, 대기업 등 민간 출연금(이월금 포함) 27억5천만원, 정부 지원 12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