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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은 탄소중립에 소극적? 뭘 모르는 소리 하시네”

등록 2021-12-09 15:09수정 2021-12-09 17:13

이상훈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
“탄소중립,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아니냐
적극적 자세로 산업 경쟁력 향상 기회 삼자
이를 위해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해야”
이상훈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겨레>와 만나 생석회 제조 중소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상훈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겨레>와 만나 생석회 제조 중소기업들이 탄소중립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적극적으로 판을 벌여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높이는 기회로 삼자.”

이상훈(56)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이 탄소중립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자고 제안했다. 생석회 생산 전문 중소기업 우룡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일 산업연구원·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소기업중앙회 공동 주관으로 열린 ‘탄소중립 정책과 중소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 참석 뒤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중소기업, 그 중에서도 광업 쪽은 비용 증가와 시설 개선 어려움 등을 이유로 탄소중립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허무는 주장이다.

“중소기업 쪽에서 탄소중립은 재래식 생산·연구 시설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과 기술 개발에 도전하며, 시설·물류 공동 이용과 이산화탄소·폐열 공동 처리·활용 등을 통한 비용 절감에 도전하는 등, 그동안 마음은 있었으나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것들을 저질러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는 생석회 생산업체들의 상황을 예로 들며 “탄소중립에 다가설 수 있는 새 생산시설 공동 구축에 필요한 부지 마련 길을 열어주고,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 탄소중립 비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생석회(산화칼슘·CaO)는 광산에서 캐낸 석회석(CaCO3)을 소성로에 넣고 석탄을 때 1200℃ 이상 가열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석회석 광산 근처에 공장을 짓다 보니, 대부분의 소성로가 산간 오지에 위치한다. 생석회 1t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1t에 이를 정도로 탄소중립까지는 갈 길이 먼 업종이다. 게다가 국내 생석회 생산업체 15곳 가운데 한 곳을 빼고는 모두 연간 매출이 400억원대 이하인 중소기업이다. 이 이사장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소성로를 다시 지어 석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실상 공장을 새로 짓는 것과 같아 엄두를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생석회 수요처는 다양하다. 불순물 제거 효과를 높이고 칼슘 함유량을 보완하는 용도로 쓰인다. 기간산업 쪽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들이 많이 쓴다. 철강석에 포함된 불순물 제거 효과를 높여 철강 제품의 순도를 높인다. 반도체·우유·화장품·종이·잉크·페인트·인공치아 등을 만들 때도 쓰인다. 닭이 알을 많이 낳게 하기 위해 생석회를 먹이기도 하고,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오염물질인 이산화황 등을 줄이는 목적으로도 쓴다. 국내 수요만 연간 1500만t이다.

반면 보관이 쉽지 않다. 공기 중 수분에도 소석회로 변질될 수 있다. 따라서 수출·수입이 어렵다. 대형 철강업체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체 소성로를 운용하기도 한다.

이 이사장은 “지금 상태에선 온실가스 감축률 적용치만큼 생석회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생석회 사태’가 발생하며, ‘요소수 사태’ 때 못지 않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신 잘 대응하면, 생석회 품질을 높여 철강과 반도체 등 후방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일본에 의존하는 ‘침강성탄산칼슘’(PCC) 소재 등의 국산화도 가능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침강성탄산칼슘은 고급 종이 제조 때 첨가하는 생석회 파생 소재 상품으로 1t당 가격이 300만원(일반적인 생석회는 10만원 수준)에 이른다.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 소재 품목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소성로 연료를 천연액화가스로 바꾸는 등 탄소중립에 나서면 생산비가 지금의 2.5배로 뛴다. 순환연료(폐 페트병 등) 병행 사용, 소성로 및 연구시설 공동 활용, 폐열과 포집된 이산화탄소 공동 재활용 등을 통해 생산비 증가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충북과 강원도 등에 각각 소규모 친환경 생석회 생산단지를 만들어 오지에 흩어져 있는 생석회 생산업체들이 모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 환경 비용 증가에 따른 생산비 증가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는 “이것만 해결되면 우리 회사부터 알아서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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