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시험운영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벤처기업부가 9월에 착수할 원재료비-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을 위해 참여 기업을 모집 중이다. 신청 접수는 12일 시작돼 26일까지 이어지며, 8월 말까지 30개사 안팎을 선정할 예정이다.
시범운영은 납품가 연동제 입법화에 앞서 이뤄지는 선행 조처다. 중기부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하이닉스, 포스코, 엘지(LG)전자, 현대중공업 등의 참여를 예상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나마 납품가 연동제를 도입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곳들이다.
자율 방식으로 납품가 연동제를 시행 중인 대표 사례로 포스코를 꼽을 수 있다. 포스코 사례는 중기부 주도의 시범운영에 활용될 ‘납품대금 연동 특별약정서’ 마련 때 주요 참고 자료였다. 연동제 시범운영 또는 입법화 뒤 도입될 제도의 얼개를 짐작케 해주는 실마리다.
포스코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한 것은 2000년이었다. 특별약관을 통해 내화물 등 원재료를 공급하는 중견·중소기업에 대해 원재료 가격 변동분을 단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경질유를 시작으로 대상을 점진적으로 넓혀 현재 총 22개 품목을 연동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들 품목의 연간 구매 규모는 59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자재구매의 30% 수준에 이른다고 포스코는 설명한다.
알루미나(Al2O3), 실리콘카바이드(SiC), 흑연(C), 마그네시아(MgO) 등 내화물을 공급하는 기업에 연동제를 적용할 때 잣대로 삼는 지표는 국제금속류 시황정보 기업 ‘아시안 메탈’(Asian Metal)의 고시 가격이다. 이 기준 지표에 따라 직전 분기 평균 원재료 가격 변동률 및 원재료 포함 비율을 반영해, 계약금액 대비 2% 초과 변동 때 증감분을 단가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내화물은 1580℃ 이상의 고온으로부터 설비를 보호하기 위한 내열성 자재다. 제철소 고로(용광로)에서 주로 쓰인다.
포스코가 든 예시를 보면, 2분기 알루미나 가격 변동률을 22%로 산정한 뒤 납품가 대비 원재료비 비율 61%와 재료비 비중 50%를 고려해 납품단가를 3분기부터 6.7% 올렸다. 여기서 재료비는 계약단가에서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한 재료비 비중으로, 공급기업과 협의해 50%로 통일한 상태다. 원재료비 비율은 품목별로 달라 실리콘카바이드 7%, 마그네시아 2% 수준이다.
포스코는 연동제 시행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알루미나 등 내화물을 공급하는 6개 기업에 대해 납품가를 264억원 인상했다고 밝혔다. 철재 밴드(스틸 밴드) 공급 3개 회사, 윤활유 주원재료인 기유(base oil) 공급 5개 기업의 납품대금은 연동제에 따라 각각 610억원, 19억원 올랐다.
철강 코일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철재 밴드 납품가의 연동제에선 매 분기 시작일에 발표되는 포스코의 스틸 밴드용 냉연 판매가를 기준 지표로 삼아 직전 분기 대비 변동분을 단가에 반영한다. 냉연 판매가는 2분기에 ㎏당 300원에서 3분기에 400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계약단가는 계약 시점인 2분기 1000원에서 3분기 들어 1100원으로 높였다.
기유 공급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연동제 적용 때의 잣대는 국제유가 고시 기업인 아이시아이에스(ICIS) 기준 가격이다. 기유 종류(기유1, 기유2)별로 직전 반기 평균가격 변동률을 반영해 매 반기 시작일에 단가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1월 새로 적용된 단가는 기존 t당 2천달러에서 2200달러로 인상됐다. 기유1, 기유2 평균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각각 t당 764달러, 880달러에서 하반기에 921달러, 1022달러로 높아진 것과 재료비 비중 60%를 고려한 조처였다.
중기부는 납품가 시범운영에 이어 연동제의 연내 입법화를 기대하고 있다. 연동제 입법화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김경만 의원(지난해 11월), 한무경 의원(올해 4월), 김정재 의원(4월), 강민국 의원(6월), 정태호 의원(6월)이 각각 납품가 연동제 법안을 대표 발의해놓은 상태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