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가 할인행사 때 납품 중소기업에 비용을 전가하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업체가 할인행사를 위해 중간이윤을 줄이고 거래하는데도 판매수수료를 평상시와 동일하게 매기거나, 행사 기간 매출이 증가한다며 도리어 수수료를 인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및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하나로마트 등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50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유통업체 거래 중소기업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납품 중소기업 10곳 중 5곳 가까이는 할인행사 기간 판매수수료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53.1%는 할인행사 시 판매수수료율 감면이 있다고 답했으나, 10곳 중 4곳(38.8%)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할인행사에 참여할 때 납품 수수료 변동이 없었다’고 답했다. 매출이 증가한다며 수수료율 인상 요구가 있었다는 응답도 7.1%로 나타났다.
특히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원하는 수수료와 실제 내야 하는 수수료의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판매수수료는 평균 29.7%(롯데 30.2%·신세계 29.8%·현대 29.0%)인데, 입점 업체별·품목별로 편차가 커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40%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의류 부문에 최대 39.0%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며, 현대백화점은 생활·주방용품 부문에서 최고 38.0%를, 롯데백화점은 의류, 구두·액세서리, 유아용품 부분에서 최고 37.0%의 판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납품 중소기업이 희망하는 적정 판매수수료율은 23.8%로 조사돼 평균 판매수수료와 6% 넘는 격차가 있었다.
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들도 높은 마진율(대형마트가 이윤으로 남기는 비율) 문제를 지적했다. 대형마트의 마진율은 평균 27.2%로, 품목별로는 이마트가 생활·주방용품 분야에서 최대 57%, 롯데마트·홈플러스가 같은 분야에서 최대 50%, 하나로마트가 식품·건강 분야에서 최대 36%의 마진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대형마트 납품 중소기업들은 할인행사 시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화점 납품업체는 ‘수수료 인상 상한제 실시’(49.7%), ‘세일 할인율만큼 유통업체 수수료율 할인 적용’(49.7%) 등으로 과도한 판매수수료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납품업체는 ‘세일 시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할인가격 분담(47.2%)’, ‘업종별 동일한 마진율 적용’(34.4%)을 해법으로 꼽았다.
소한섭 중기중앙회 통상산업본부장은 “백화점 거래 업체와 대형마트 거래 업체 모두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할인가격 분담’을 최우선 정책방안으로 꼽았다”며 “수수료율 인상 상한제 설정 등 수수료율 인하방안을 검토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비용 전가 관행 근절, 대규모유통업체의 편법적 운영행태 감시 등 거래 공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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