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와이지(YG)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제트에 120억원을 투자하면서 일정 기간 뒤에는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투자금을 뺄 수 있는 계약 조건을 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네이버제트와 투자사 쪽 모두 함구해왔다.
지난 12일 네이버제트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빅히트와 와이지로부터 각각 70억원과 50억원을 투자 받는다고 공시했다. 의결권이 부여된 우선주 발행에 두 투자사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제트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손자회사다. 지난 5월 독립 법인으로 설립된 이후 첫 외부 자금 유치인 터라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 취재 결과, 새로 발행할 우선주는 일정 기간 뒤에 네이버제트가 투자금을 빅히트와 와이지에 상환할 수 있고, 또 일정 가격으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빅히트와 와이지가 일정 기간 뒤 네이버제트의 주요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네이버제트의 전날 공시에는 담겨 있지 않던 내용이다.
보통주 전환 비율과 상환 및 전환 기일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우선주와 보통주가 1대1로 전환될 경우 빅히트와 와이지는 네이버제트의 지분을 각각 4.7%와 3.3%를 확보하게 된다. 네이버제트와 투자사 쪽은 모두 <한겨레>에 “공시된 내용 이외에 관련 사항은 말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네이버제트의 소유 구조와 미래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런 사실이 공시되지 않은 점에서 관련 제도에 구멍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당 공시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로 상장사 등에 주로 적용되는 ‘자본시장에 관한 법’에 따른 공시와는 차이가 있다. 네이버제트는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사로 공정거래법상 공시의무만 갖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유상증자 공시를 할 때 주권의 종류를 보통주와 우선주로만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주의 세부 특징에 대해선 별다른 공시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발행 주식의 종류를 보통주와 기타주식으로 분류하고 기타주식의 경우 세부 조건을 자세히 공시토록 하는 것과 차이가 크다.
민혜영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정위 공시 양식은 매년 점검을 통해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유상증자 공시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최민영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