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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3차례 성희롱 직원에 정직 6개월 처분만…“징계 규정 허술”

등록 2020-10-18 18:41수정 2020-10-18 19:37

당시 성희롱 징계 규정 최고 수위 정직
권익위 개정 권고에도 보완하지 않아

기술보증기금의 한 남성 직원이 16년 동안 3차례 여성 직원들을 성희롱했지만 징계는 정직 6개월 처분에 그쳤다. 당시 기술보증기금의 성희롱 징계 규정 최고 수위가 정직 6개월이었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기보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기보는 2018년 2월 여성 직원 대상 교육 및 감사 결과 ㄱ씨가 2000년과 2013년, 2015년에 각각 여성 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보는 그해 3월 직장 내 성희롱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질서를 문란케했다는 이유로 ㄱ씨를 면직 처분했다. 하지만 그해 9월 ㄱ씨는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고, 이를 인정받아 복직했다. 당시 기보의 성희롱 징계 규정 최고 수위가 정직으로 돼있어서다. 기보는 지난 3월 행정소송을 제소했으나 같은 이유로 패소했다. 결국 지난 7월 재징계를 의결해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고 ㄱ씨는 내년 1월 복직하게 됐다.

앞서 지난 2016년 12월 이미 국민권익위원회가 기보에 성범죄·음주운전 징계 실효성을 공무원 징계수준(성희롱 시 징계 최고 수위는 파면)으로 신설하거나 보완할 것을 권고했지만 기보는 징계 기준을 보완하지 않았다. 기보는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 감사가 이뤄진 뒤에야 성희롱 시 최고 징계를 면직으로 개정했다.

또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는데, 기보는 ㄱ씨를 징계할 때 해고 사유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고 인사권을 가진 대표이사나 직무대행이 아닌 인사부장 명의로 문서를 발송해 효력이 없다고 판결받았다.

기보 관계자는 “징계 규정에 기보의 명예를 실추하는 경우 면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성희롱 시에도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권익위의 보완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며 “사건 인지 당시부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했고, 복직 후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근무하는 일이 없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주 의원은 “기술보증기금의 안일한 판단과 규정 미비가 결국 내부 성비위가 용인되는 조직 분위기를 만든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내부 성희롱 재발방지를 위한 엄중한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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